미국 구글이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동부 테크시티에 구글 캠퍼스를 차렸다. IT 벤처들에 사무실과 공동 작업장을 제공하는 창업지원 빌딩이다. 구글만이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인텔 등도 이곳에 입주했다. 물론 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유럽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영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조성한 테크시티다.

긴축 재정으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1억파운드 이상을 여기에 투자했다. 실리콘 밸리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은 보수 영국이다. 하지만 2010년 24만명의 인재가 영국을 빠져 나갔다. 인재를 외국에 빼앗기지 않기위한 고육지책이다. 그 결과 2010년 200개였던 입주 기업이 지금은 700개를 넘었다. 일단 테크시티가 인재 유출 방지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英·獨 인재확보에 사활

독일은 한걸음 나아가 외국 인재를 적극 유치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폐쇄적인 이민정책을 버리고 문호를 적극 열어놓는다. 독일 정부가 직접 주관해 아테네와 마드리드에서 기업설명회와 잡페어를 열고 인재 헌팅에 나선다. 독일의 병원들이 함께 의료인력 유치작전에 돌입하고 자동차 기업들도 직접 현지 채용을 시행한다. 독일에 이주한 외국인이 지난해 상반기만 모두 43만 5000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고급 인력이라고 한다.

독일은 이 기회에 미국에 유학 간 자국 인재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독일 유학생을 파악한 다음 장학금 제공, 유치 알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브라질 정부도 전문 기술이나 자격을 가진 외국인의 취업과 이주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인재의 대항해 시대다. 금융위기를 맞은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에 이어 영국 프랑스 엘리트들까지 자신들이 머물 기착지나 허브를 찾아 세계를 주유한다. 아시아 국가들의 인재도 여기에 동참할 태세다. 글로벌 기업조차 본사와 생산기지, 판매기지를 따로 둔다. 자원이 충분하고 분위기가 맞으면 세계 어디든지 엘리트들은 달려가고 기업들은 공장을 세운다. 자원이 고갈되거나 환경이 맞지 않으면 정박하지도 않는다. 하물며 정부 규제나 정치 리스크가 존재하는 국가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한국은 다문화도 극복 못해

이런 형국에서 국가 간 인재를 지키고 뺏으려는 노력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이전에는 국가의 규모와 인구가 강대국의 중요한 잣대였다. 이젠 얼마나 많은 인재를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요 혁신의 중요한 열쇠고리다. 물론 인재의 이동에서 기술과 자본의 이동은 따라다닌다.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것이 강국인 것이다.

이제 국가가 허브의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인재는 떠난다. 인재 공동화가 일어나고 산업공동화가 찾아오면 바로 국가위기를 맞는다. 전쟁으로 국가가 없어지는 것보다 더욱 두려운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 공부하러 온 아시아 유학생만 1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물론 자기들의 고국에선 엘리트다. 하지만 이들을 인종적으로 공격하거나 차별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외국 인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한 한국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들 인재가 한국에 정착할 리 만무하다. 다른 혁신에 앞서 이들을 제대로 껴안을 수 있는 사회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인재 허브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