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스페인 기업이 대주주인 석유회사를 국유화하기로 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스페인 기업이 최대주주인 자국 최대 석유회사 YPF를 국유화하겠다고 1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스페인은 ‘외교관계 단절’까지 언급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으로 중계된 TV 연설에서 “YPF의 지분 51%를 국가 소유로 전환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긴급 처리를 통해 곧장 국가가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YPF의 최대주주인 스페인 렙솔은 전체 지분(57.43%)의 절반 정도를 잃게 됐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를 게을리하고 증산을 하지 않아 지난해 90억달러가 넘는 원유를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다국적 기업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국유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YPF의 아르헨티나 석유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스페인은 즉각 반발했다. 집권 국민당의 마리아 돌로레스 코스페달 사무총장은 “스페인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바로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주 국유화 소문이 돌자 “스페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외교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에너지 수입 증가로 인한 무역 불균형이 심각하다며 다국적 기업이 소유한 유전개발권을 잇따라 회수하고 있다. 추부트, 산타크루스, 멘도사주(州) 정부는 지난달 YPF의 개발권을 환수했다. 네우켄주도 3개 다국적 회사의 유전개발권을 취소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입 증가는 국제 가격보다 싸게 국내 시장에 석유를 공급하도록 강제한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