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바오강, 車강판시장 상륙…한국GM 협력사와 손 잡아
세계 4위 철강회사인 중국 바오산강철(바오강)이 한국GM의 협력업체들과 손잡고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 세계 철강 제품의 절반가량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의 본격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독과점 체제인 국내 철강 및 자동차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내년 중 한국GM에 강판 공급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바오강은 오는 26일 한국GM의 1차 협력사인 GNS와 경기 서남부에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세우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바오강은 GNS와 손잡고 중국에서 만든 강판을 국내에 들여와 자동차 크기에 맞게 절단하고 가공해 한국GM에 납품할 예정이다.

바오강은 우선 210억원을 투자해 6월 공장을 착공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첫해엔 30~40만가량을 생산해 주로 한국GM에 납품한 뒤 국내 다른 자동차 업체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해외 자동차 업체로도 수출 전선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바오강은 국내 업체들에 비해 낮은 가격을 내세워 한국GM의 납품 비중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을 상대로 자동차 외장재에 비해 기술력이 덜 요구되는 내장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바오강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한국에 직원을 파견, 국내 법무법인과 공장 건설 문제를 조율해 왔다. 공급과잉 해소가 현안이 된 중국 철강회사들은 신시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바오강은 지난해 국내 1위인 포스코(3730만)보다 많은 4330만의 철강 제품을 생산했다. 생산 규모로 2010년까지 세계 2위였다가 중국 업체들 간 인수·합병(M&A)으로 4위로 내려왔다. 기술력에서는 중국 업체 중 최고로 꼽히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자동차 중국법인에 자동차 강판을 납품하고 있다.

○연간 10조원 시장 놓고 경쟁 격화

자동차에 주로 쓰이는 철강 제품은 아연도금 강판이다. 철광석을 용광로(고로)에서 녹여 쇳물을 만든 뒤 상온에서 압력을 가해 만든다. 전자를 열연이라 하고 후자를 냉연이라 한다.

특히 아연도금강판은 아연을 입히는 작업까지 뒤따라야 해 일반 철강재 중 가장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부가가치가 높은 이 제품은 국내에서 포스코와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하이스코만 생산하고 있다. 일본 철강업체들이 고급차 강판을 공급한다. 전체 국내 강판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 시장에 바오강이 진출하는 것을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에 비해 기술력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중국 특유의 가격 ‘후려치기’와 물량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어서다.

기술력도 한국 업체들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기술격차는 3.7년이다. 2002년 4.7년에서 10년 만에 1년이 줄었다.

자동차용 강판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인 상황에 바오강까지 뛰어든다면 국내 철강업체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됐다.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 외에 중국 업체라는 추가 공급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현대하이스코에서 강판의 70%가량을 구입하고,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강판의 70~80%를 포스코에서 받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에 밀리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은 강판 원가를 낮출 필요성이 높은 편이다. 자동차 제조 비용 중 강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6%가량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오강이 한국 시장에 연착륙하면 다른 중국 철강사들도 국내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정인설/최진석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