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뱅커(PB)로도 일등이 되고 싶어요. 저에겐 골프라는 남다른 무기가 있잖아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챔피언이 증권사 직원으로 변신했다. 2006년 LPGA SBS오픈에서 우승한 프로골퍼 김주미 씨(28·사진)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달 초부터 KDB대우증권의 PB마케팅부 골프컨설턴트(대리)로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김 프로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참여해 금메달을 딴 뒤 그해 말 프로에 데뷔했다. 이듬해인 200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한솔레이디스오픈과 우리증권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상금왕에 올랐다. 2006년엔 LPGA SBS오픈 우승 트로피도 거머쥐었다.

대우·우리투자·동양증권 등은 최근 몇 년 새 프로골퍼를 잇따라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VIP(우수) 고객들에게 골프 라운딩이나 레슨을 제공하면서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LPGA 우승 경력자가 증권사에 들어온 경우는 김 프로가 처음이다.

김 프로가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유는 뭘까. “2008년 무릎 부상을 당한 데 이어 2010년 말에는 어깨 수술을 받아 더 이상 프로골퍼로 활동할 수 없게 됐어요.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대우증권에서 연락이 와 입사하기로 결심했죠. 증권사는 근무환경뿐만 아니라 급여 등 대우도 좋아 여성 프로골퍼 사이엔 전직 대상으로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김 프로는 이달 초부터 대우증권 고객들을 대상으로 골프 레슨 및 라운딩을 시작했다. 매주 수·목·금요일은 하루평균 2~3명의 VIP 고객에게 골프 레슨을 해준다. 토·일요일은 대우증권 지점들이 신청한 우량 및 법인고객과 동반 라운딩을 한다. 김 프로는 “지난 7일 고객들과 첫 라운딩에 나가 현장에서 레슨을 해 줬는데 그중 한 분이 생애 첫 버디를 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는 시간엔 ‘열공’ 중이다.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다. 인터넷 강의를 통해 펀드·파생상품·부동산 등 시험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김 프로는 “선물 옵션 기초자산 등 파생상품 과목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용어가 너무 많아 특히 어렵다”며 웃었다. 이어 “준비가 덜 됐지만 7월 실시되는 펀드투자상담사 시험에 일단 응시해 볼 생각”이라며 “떨어지더라도 재도전해 반드시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PB마케팅부 관계자는 “김 프로는 입사하자마자 본인이 먼저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고 공부를 시작했다”며 “LPGA 우승자라서 그런지 승부욕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김 프로는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딴 이후엔 증권투자상담사 등 다른 증권·자산관리 관련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골프레슨만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골프레슨 못지않은 수준 높은 ‘자산관리 레슨’도 고객들에게 해줄 수 있는 PB로 성장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송석준 대우증권 PB마케팅부 이사는 “이르면 2~3년 뒤부터 김 프로를 일선 PB센터에 배치해 자산관리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할 계획”이라며 “김 프로가 전문 PB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