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 중 지난 1년여 동안 기복없이 시장(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낸 펀드는 과연 몇 개나 될까.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분기마다 코스피 수익률을 웃돈 국내 주식형펀드(ETF 포함)는 574개 중 단 두 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파워초이스 1A’와 ‘KB퇴직연금C’가 그 주인공으로 꼽혔다.

국내주식형펀드의 단 0.3%만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겼다는 얘기다. 나머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그만큼 시장을 예측하기가 힘들었던 데다 단기 변동성이 심하다보니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4월27일 사상 최고치(2231.37)를 찍은 뒤 유럽 재정위기로 9월26일 1644.11까지 추락했다가 올초 다시 2000선을 회복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분기별 코스피 수익률을 따져보면 △2011년 1분기 10.31% △2분기 3.17% △3분기 -15.76% △4분기 -0.29% △2012년 2.72%로 들쑥날쑥했다.

분기별 수익은 물론 최근 1년간 국내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은 -8.32%로 코스피 지수 하락률(-6.15%)보다 손실이 더 컸다. 이 같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 부진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뒤 상승흐름을 이어가는 와중에서도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펀드 깨기’ 현상을 ‘환멸의 환매’라고 부른다. 그동안 까먹은 원금이 회복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가 어느 정도 수익이 회복되자 바로 환매에 나선 것으로 추가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펀드에 대한 불신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초부터 지난 13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조9018억원이 빠졌다.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3년 누적수익은 49.61%에 이른다고 장기적인 투자관점에서는 견조한 수익이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펀드 애널리스트는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상품별 수익률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분산투자, 분할매수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상품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직접투자보다는 펀드투자가 더 안정적이란 얘기지만, ‘환멸 속 환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설득을 얻을지 의문이다.

안상미 증권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