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산…위안화 오를 일 없을 때 '절상' 선심
중국이 16일부터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하루 0.5%에서 1.0%로 확대한 것은 지금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장 작게 받을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안화가 오를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 2월 사상 최대인 315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으며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그 규모는 6억달러에 불과했다. 또 1분기 성장률도 8.1%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둔화된 상태여서 위안화 가치는 큰 변동을 겪지 않을 전망이다.

○위안화 국제화 등 적극 추진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5.1% 오르는 등 2005년 이후 30% 올랐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여전히 중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런 불만은 중국 금융시장 선진화, 위안화 국제화,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 등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따라서 이번 위안화 변동폭 확대는 중국 정부의 위안화 규제에 대한 외국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위안화 국제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다음달 열리는 미·중전략경제대화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유화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민은행은 “앞으로 위안화 가치는 시장의 수급에 따라 변할 것이고 양방향에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위안화 변동 리스크가 기업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조치가 중국으로 핫머니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쥔(馬俊) 도이치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핫머니는 중국에서 거의 리스크 없이 이익을 챙겼다”며 “앞으로는 환율 리스크를 무시하고 중국에 들어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 동상이몽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중국의 위안화 변동폭 확대 조치가 평가절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벤 로즈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중국이 통화 규제를 완화하는 의미있는 조치를 취했다”며 “위안화가 시장 가치에 따라 평가절상될 수 있도록 중국이 더 많이 노력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중국의 이번 조치는 내수 소비를 자극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위안화 가치 절상으로 수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위안화가 절상되겠지만 당분간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도 이미 수차례 위안화 환율이 거의 균형 수준에 접근해 있다고 말해왔다. AFP통신도 이번 조치가 “위안화가 달러에 대해 더 많은 변동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평가절상될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큰 폭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란센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1.4% 정도 절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난해 5.1%, 2010년 4% 이상 올랐다.

취훙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이번 조치가 주는 메시지는 위안화 평가절상은 끝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