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자의 얘기다. 삼성은 ‘관리의 삼성’이란 표현에 걸맞게 방대한 재무 조직을 갖고 있다. 이를 이끄는 CFO에는 경영지원실장이란 타이틀이 붙는다. 재무뿐 아니라 인사, 기획, 관리 등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다. CFO는 확고한 ‘넘버2’로서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할 수도 있다는 게 삼성 내부의 분위기다.
◆삼성 CFO의 권한
삼성전자를 보면 CFO가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갖는지 잘 나타난다. CFO인 윤주화 경영지원실장(사장) 아래엔 재경팀뿐 아니라 기획팀, 업무팀, 정보전략팀, IR팀, 커뮤니케이션팀, 법무팀, 인사팀 등 핵심 관리부서들이 포진해 있다. 사업부 외에 모든 지원업무를 CFO가 총괄하고 있는 구도다.
규모가 작은 계열사에선 일부 기능이 빠져 있지만 기본 토대는 같다. 삼성 관계자는 “부사장급 이상인 CFO가 진짜 CFO이고, 전무급 CFO는 재무만 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삼성 CFO가 가진 독특한 권한은 임원 평가 권한이다. 실적 위주로 평가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삼성에서 재무팀은 임원에 대한 평가 기준을 정하고 점수를 준다. 인사권이 인사팀에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이 점수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재무팀이 인사권을 행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재무라인의 힘은 그룹에서 시작된다”며 “그룹 재무팀은 사별 재무팀을 통해 계열사를 관리하고, 각사 재무팀은 사별 구조조정본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 재무팀의 세대 교체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기획통이 그룹을 이끌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재무통이 부상했다. 그 핵심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다. 1971년 제일모직 경리과에 입사해 1982년부터 비서실에서 근무한 그는 1998년 구조조정본부장(비서실장 역할)을 맡아 2008년 물러날 때까지 ‘삼성의 2인자’ 역할을 했다.
삼성의 과거 재무팀을 얘기할 때 이 전 부회장과 함께 ‘제일모직 경리과 라인’을 빼놓을 수 없다. 1960~1970년대 제일모직이 삼성의 돈줄이었던 시절, 이곳으로 인재들이 모였다. 제일모직을 발판으로 삼성이 도약했고 경리과 출신들이 그룹 곳곳에 자리잡았다.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과 최광해 전 삼성전자 부사장, 최도석 전 삼성카드 부회장, 배호원 전 삼성정밀화학 사장(제일합섬 경리과), 유석렬 전 삼성카드 대표, 제진훈 전 제일모직 사장 등도 모두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의 대표적인 재무통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대부분 ‘과거 권력’이 됐다. 2008년 삼성특검이 터진 뒤 지난해까지 대부분 퇴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비자금 의혹 등 과거 구조조정본부나 전략기획실이 보여줬던 부정적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한 인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재무팀엔 1960년대생 ‘젊은 피’가 부상하고 있다. 김명수 미래전략실 전략2팀장(1961년생), 김남수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1963년생), 전용배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1962년생), 현성철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1960년생) 등이 대표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