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8.1%에 그친 것은 시장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 중국 정부기관인 발전개혁위원회조차 8.4%를 예측했다. 일부에서는 예상외의 1분기 무역흑자에 힘입어 8.6%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이날 상하이 증시도 정부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지급준비율 인하와 재정을 통한 내수진작책이 곧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수출 모두 부진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 동력을 투자에서 내수 소비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 둔화는 ‘수출 부진과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감소’(리다웨이 잉다증권 연구소장) 때문이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계속 둔화되고 있는데 소비는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된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15.2% 증가해 1~2월의 14.7% 증가보다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난해 평균 17%대에 비해서는 낮다. 3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11.9%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수출과 수입이 극히 부진한 것도 성장률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교역액은 8593억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7.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정부 목표치인 10%에 크게 모자란다. 내수 침체로 수입 증가율은 6.9%에 불과했다. 쉬젠신(徐建新) 궈위안(國元)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시장 조정, 수입분배 정책 지속, 국제 무역마찰 격화 등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단기간 내 성장둔화세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진단했다.

○물가에서 성장으로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를 계기로 중국의 정책 우선 순위가 물가 잡기에서 성장 촉진으로 확실하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6%를 기록했다. 2월의 3.2%에 비해 0.4%포인트 높아졌지만 정부의 목표치인 4%를 밑돌았다. 4월 이후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중에 돈을 풀고, 정부 재정을 동원해 소비를 진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 대형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은 20.5%다. 전문가들은 올해 지준율이 두세 차례 인하돼 19.0%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세계 각국 경제학자 20명 중 7명이 중국 정부가 조만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금리를 내릴 경우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간신히 묶어놓은 부동산 투기를 자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수차례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가 재정을 동원한 내수부양책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도 관심이다. 중국은 이구환신(以舊換新·가전 자동차 등 새 제품을 살 때 보조금을 주는 제도) 등 소비촉진책이 지난해 일부 끝남에 따라 당초 1분기에 새 내수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박한진 KOTRA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재정을 동원해 소비를 앞당기는 방식의 내수부양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라며 “임금 상승이나 가격 인하 등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