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하늘의 영원한 집에 대한 동경을 말하고 헌신과 화목을 권유한다. 인간이 집을 찾는 건 아늑한 공간에 대한 동경이다. 때로는 정체성을 쌓아두는 ‘행복의 보고’이면서 편협해진 자아를 깨고자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집에 대한 애착과 과시가 유별난 요즘 집에 대한 동경을 담은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양화가 김명식 동아대 교수(62)가 경기도 용인 상갈동 복합문화공간 지앤아트스페이스에서 펼치고 있는 ‘마음을 담은 집’전이다.

그는 세련된 화면 구성과 경쾌한 색채 구사로 국내외 화단에서 주목받는 신표현주의 화가. 미국의 아트컴퍼니 아트뱅크 전속화가인 그는 최근 평면회화 작업과 함께 나무로 집형태를 만드는 목조각 작업도 하고 있다. 내달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집 그림과, 집 모양의 채색 목조각 등 5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그는 “1999년 미국 뉴욕을 처음 방문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역동적인 도시의 에너지와 자연의 순수한 의미를 느꼈다”며 “그곳에서 어릴 적 도화지 위에 크레파스로 공들여 그렸던 ‘우리 집’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의 집 그림 ‘이스트사이드 스토리’ 시리즈(사진)는 10년 가까이 몰두해온 작업의 결과다. 물감을 겹겹이 쌓아올린 뒤 나이프로 다시 칠하는 방식이다.

“2004년 뉴욕 롱아일랜드대 교환교수로 일할 때 로드갤러리를 통해 처음 선보인 작업입니다. 울긋불긋한 집들은 피부색이 각각인 지구촌 사람들을 닮았죠. 지붕 아래 달린 창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과 표정이고요.”

그는 “하얀색과 검정, 빨강과 노랑, 갈색의 크고 작은 집들도 여러 인종과 문화를 상징한다”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민족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 고덕동에서 보낸 어린 시절 추억을 ‘고데기(고덕의 옛말)’라는 작품에 담아냈는데 ‘이스트사이드 스토리’ 시리즈는 샘솟는 희망과 기쁨을 더 압축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분히 사회적인 이런 메시지들은 관람객들에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림을 보면서 편안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전시 장소인 지앤아트스페이스(관장 지종진)는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앞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도예아카데미, 어린이도예교실 등 문화·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031)286-8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