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발표한 제과·제빵 분야 가맹사업 모범거래 기준에 대해 가맹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인테리어 확장, 특정 업체와의 거래 강요, 가까운 거리에 동일한 점포 개설 등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횡포에 최근 ‘동반 성장’을 강조하는 정책적 기류가 맞물리면서 고강도 처방이 나올 것으로 예견했다는 것. 실제 이번에 나온 모범거래 기준의 모든 항목은 가맹본부의 특정 행위에 대한 ‘금지’라는 단어로 끝난다.

○치킨 피자 화장품으로도 확대

84㎡ 가맹점 리뉴얼 땐 본사가 2000만원 지원
공정위가 가맹점들의 리뉴얼 공사를 영업시작 5년 내에는 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은 가맹점주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취업난,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으로 일반 서민들의 창업형 가맹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평균 비용 7000만원에 달하는 리뉴얼을 수시로 강요하고 있다는 게 공정위 측 시각이다. 실제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 발생 건수는 2008년 291건에서 지난해 733건으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등록 가맹점 수는 17만여개로 2008년에 비해 6만2000여개 늘어났다.

공정위는 또 가맹점들이 본사 지시로 리뉴얼에 들어갈 때는 인테리어 공사와 간판설치 비용의 20~40% 이상을 본사가 지원토록 했다. 7000만원이 들어가는 84㎡ 규모 가맹점 리뉴얼의 경우 본사로부터 2000만원가량을 지원받는다는 얘기다. 특히 점포를 옮길 때는 권리금과 이사비용 등을 감안해 40%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기존 가맹점을 기준으로 반경 500m 이내엔 신규 점포도 내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모범거래 기준을 △BR코리아(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롯데리아 △농협목우촌(또래오래) △제너시스BBQ(BBQ치킨) △교촌F&B(교촌치킨) △페리카나 △한국피자헛 △미스터피자 △놀부(놀부부대찌개) △Bonif(본죽) 등 대형 외식업체로 점차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교육가맹사업 쪽의 해법영어교실 등과 같은 서비스·도소매업 분야에도 조만간 별도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점 “본사 부담 더 늘려야” 불만

84㎡ 가맹점 리뉴얼 땐 본사가 2000만원 지원
이번 모범거래 기준 적용 대상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가맹본부는 “달리 할 말이 없다”면서도 내심 못마땅한 분위기다. 가맹점 3095개를 보유한 파리바게뜨는 이번 조치로 사실상 신규 가맹점 개설이 불가능해졌다는 반응이다. 가맹점 1281개로 업계 2위인 뚜레쥬르도 공격적인 가맹점 개설이 불가능해져 만년 2위에 머물게 됐다며 볼멘소리다. 회사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좋은 입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공정위의 규제까지 가세해 추격이 어려워졌다”고 푸념했다.

반면 그동안 본사 방침에 불만이 많았던 가맹점들은 대체로 공정위 발표 내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가맹점들은 공정위의 기준이 오히려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베이커리 브랜드 가맹점주는 “약 1㎞ 떨어진 곳에 있던 동일 브랜드 가맹점이 얼마 전 문을 닫았다”며 “반경 500m는 굉장히 작은 상권인데, 이 정도로는 영업권 보호에 턱없이 부족하며 적어도 1㎞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매장 리뉴얼을 하고 난 뒤 매출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며 “공정위 기준보다 본사 부담분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영/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