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는 사이 많은 오염물질들이 강으로 흘러들고 이로 인해 강물이 오염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기 전 거치는 곳이 갯벌이다. 갯벌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면서 오염된 강물을 걸러내는 정화 기능을 한다. 강물은 오염되더라도 갯벌이 제 역할을 하면 바닷물의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은행은 많은 예금자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조성된 자금으로 기업과 가계들에 대출을 준다. 이때 은행은 대출이자를 예금이자보다 높게 책정하고 각종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발생한 예대마진과 수수료는 은행의 주요한 수입원이 된다. 물론 예대마진과 수수료가 왜 이리 높냐는 불만도 제기되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기업들 중 일부가 부실해지면서 돈을 못 갚게 되면 은행은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떼이게 된다. 은행이 노력을 많이 해도 기업부실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 경우 은행마저 힘들어지면서 멀쩡한 기업들의 대출까지 회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경제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이 평소에 적절한 이익을 올리면서 대손충당금과 자본금을 튼튼하게 쌓아놓았다면 은행은 일부 기업의 부실을 스스로 처리함으로써 경제 전체가 부실화되는 악영향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은행은 갯벌과 같은 존재다. 오염된 강물이 흘러들어도 갯벌이 이를 정화해 전체 바닷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듯이 은행은 수수료와 예대마진을 통해 확보한 이익으로 기업이나 가계의 부실을 스스로 처리함으로써 경제 전체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간혹 대규모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바다로 흘러들면 갯벌이 이를 다 정화하지 못하고 바다가 오염되듯이, 기업부실이 대규모로 발생해 은행부문까지 부실화되는 경우 그 여파는 엄청나다. 일단 은행부문까지 부실화되면 경제시스템 전체가 고장이 나고 이를 정상화하는 데도 수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미국 월가에서 발생한 점령시위 등을 계기로 은행에 대한 비판적이고 부정적 시각들이 제시되다보니 은행 이익의 원천이 되는 수수료 수입과 예대마진 문제까지 거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이익은 유사시 기업부실을 스스로 처리해 경제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재원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또한 일부에서는 은행이 이익을 가지고 고배당을 실시한다는 지적도 한다. 물론 배당을 너무 많이 주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적당한 수준의 배당을 실시해 주주에게 보상하고 주가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은행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부정적 신호가 시장에 전달되면서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은행들의 배당성향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최근 7년간 국가별 상위 3개 은행 평균 배당성향을 보면 미국이 66%, 영국이 48%인데 반해 한국은 18%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국내의 경우 주로 외국계 은행들이 고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국의 한 상위권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4000만달러 수준으로서 우리 돈으로 440억원을 넘은 때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수준의 연봉을 받는 CEO는 우리나라 은행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월가 모방시위가 발생했을 때 시위대는 금융 부문의 탐욕을 상징할 만한 금융회사나 월가 5적에 해당하는 금융인을 내세우지 못한 채 막연한 구호를 외치며 여의도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물론 은행들도 부단한 노력을 통해 평소에 금융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저신용자와 중소기업 등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부정적 인식을 불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은행들이 적정이익을 올리고 건전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은 갯벌을 보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평소에 노력을 해야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다. 환경 보존을 통해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듯 은행 부문에 대한 건설적 비판과 긍정적 시각을 통해 시스템 위기를 방지하면서 경제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yun3333@par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