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가 올해 안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지난 3월5일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했고 연내 10% 이상의 지분을 상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은은 지난 반세기 동안 중화학공업 및 수출기업들에 설비자금을 공급하는 개발금융으로 한국 경제가 오늘의 발전을 이루는 데 큰 공헌을 해왔다. 산은의 IPO 추진은 민영화의 성공 여부를 넘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산은금융그룹이 정책금융기관의 틀을 벗고 민간 금융회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매금융, 국내 영업 중심의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된 사업모델과 성장전략을 지향해야 한다. 산은과 대우증권을 중심으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특화된 종합금융그룹(CIB·Corporate and Investment Bank)을 지향하는 것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추는 방안이다. 산업은행은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지위를 갖고 있고 대우증권은 자본시장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기업구조조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프리이빗에쿼티(PE), 인수합병(M&A) 등의 분야에서는 글로벌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

산은의 민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주주로서의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산은이 민간 금융회사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구체적인 계획과 방향성을 가지고 일관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민영화된 산은금융그룹의 역할, 경영체제 등 미래상(像)을 확고히 정립해야 하며 민영화 완결 뒤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지배구조에 대해 정부의 역할과 위상을 명확히 해야만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산은 민영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산은의 대외채무에 대한 국회보증의 조속한 동의는 산은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대외신뢰도 유지 측면에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다른 은행들에 비해 현저히 취약한 점포망도 하루빨리 확충돼야 소매 예금 위주의 안정적인 수신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저비용 중심의 소매금융기반 확대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다른 금융회사와의 M&A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그간의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누려왔던 정부의 보호막에서 벗어나 민간 부문에서의 경쟁 모드로 조직과 구성원 모두 변화돼야 한다.

산은이 성공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 경제 개발을 이끌어왔던 정부주도형 금융체제가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한국금융 발전사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산업은행이 개발금융 과정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우수한 인력, 향후 발전전략 등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이 시장에 충분히 전달될 경우 이번 IPO의 성공가능성은 매우 높다. 산은의 성공적인 민영화가 우리 금융시장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신진영 <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