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출범 100일, 전국 438곳 생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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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가장 비싼 서울지역엔 단 2곳 뿐
일반 주유소와 가격차 미미
되레 더 비싼 곳도…알뜰 무색
알뜰점 "운영할수록 적자" 불만
일반 주유소와 가격차 미미
되레 더 비싼 곳도…알뜰 무색
알뜰점 "운영할수록 적자" 불만
휘발유값 안정을 목표로 출범한 알뜰주유소가 6일로 100일을 맞았다. 이 기간 중 기름값이 93일 연속 오를 정도로 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유류세 인하 논란이 불붙은 가운데 정부는 일본산 석유 제품의 수입도 검토했지만, 유가대책은 결국 알뜰주유소뿐이었다.
지난 100일간 농협주유소 332곳을 포함해 총 438곳의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의 효과와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100일간 알뜰주유소 400여곳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2054.54원, 서울지역은 2130.78원이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 1월5일 이후 이날까지 93일째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2월23일 기존 최고가인 1993.17원을 넘어선 이후 44일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공동구매를 통해 기름을 싼값에 공급받아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는 알뜰주유소를 고유가의 대안으로 내놓았다. 두 차례 유찰 끝에 공급자를 선정하고 지난해 12월29일 경기도 용인시 마평동에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정부는 올해 자가폴 200개와 농협 450개, 고속도로 휴게소 50개 등 알뜰주유소를 총 7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최저가 주유소가 아니라 주변 지역 기름 가격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알뜰주유소”라며 “확대의 관건은 기존 자영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시키는 것인 만큼 알뜰주유소 지원, 육성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 후 운영난
알뜰주유소가 첫선을 보인 지 3개월여가 지났지만 전국에서 가장 기름값이 비싼 서울엔 알뜰주유소가 단 두 곳뿐이다. 게다가 그 중 한 곳은 기존 NH농협주유소를 전환해 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이유다.
기름값 인하 체감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호점인 경동주유소는 이날 보통휘발유를 ℓ당 2009원에 판매하고 있다. 인근 주유소에 비해서는 6~10원 정도 싸고 용인시 평균 가격보다는 42원이 저렴하나, 정부 목표치인 ℓ당 80~100원에 비해선 절반 정도다. 경쟁이 치열하고 기름값이 비싼 서울 알뜰주유소는 오히려 ‘알뜰’하지 않다. 금천구 형제주유소는 반경 2㎞ 내 15곳 주유소 중 아홉 번째로 싸다. 2082원으로 가장 싼 주유소(2038원)보다 44원 더 비싸다.
알뜰주유소로 전환을 결정한 자영주유소들은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형제주유소 인근 주유소 관계자는 “초반엔 마진을 줄여 매출이 조금 늘었지만 카드 수수료,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를 보게 되니 다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동거리와 시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알뜰주유소 효과라고 해봤자 반경 2~3㎞ 이내”라고 말했다. 용인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Y주유소 업주도 “매출은 30% 가까이 올랐는데 이익은 그대로”라며 “전환 비용 부담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인 셈”이라고 말했다.
윤정현/정성택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