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관세 인하 효과가 미미한 수입품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가격동향 점검에 들어갔다. 관세 인하폭만큼 제품값을 내리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킴스클럽 강남점을 방문,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FTA 체결로 관세가 낮아진 수입제품이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하지만 해당 품목의 가격 인하폭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발렌타인 17년산 위스키의 경우 관세율이 20%에서 15%로 낮아졌음에도 FTA 체결 전 가격과 동일한 14만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8%의 관세가 완전 철폐된 전기다리미, 전동칫솔 등 유럽산 공산품도 가격이 전혀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0%의 관세가 철폐된 미국산 오렌지·포도주스도 가격 변동이 없었으며, 필립스 면도기, 미국산 키친에이드 냉장고 등도 가격 인하율이 3~5% 선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산 농산물은 가격 인하폭이 확연했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는 개당 1480원에서 1100원으로 낮아졌고, 캘리포니아산 아몬드와 호두도 100g당 각각 2400원에서 2160원으로, 3000원에서 2760원으로 떨어졌다.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 등과 협력해 FTA 체결에 따른 무관세 수입품목이나 관세 인하폭이 큰 품목의 소비자가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로 했다. 당장 이달부터 전기다리미를 시작으로 전동칫솔(5월), 전기면도기(5월), 프라이팬(5월), 위스키(6월) 등 5개 품목의 가격비교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오렌지, 체리, 오렌지주스, 포도주스, 와인, 맥주, 아몬드, 호두, 옥수수, 샴푸,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 등 미국산 13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도 매주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농심은 ‘웰치 포도주스(1000㎖, 160㎖)’와 ‘웰치 오렌지주스(1000㎖, 160㎖)’의 출고가격을 오는 10일부터 평균 8% 내린다고 발표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