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국가부채…재정건전성에 불똥
공기업 부채 증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가 있다. 국제기준상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과 공기업 부채를 감안하더라도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기업 부채는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는 만큼 사실상 국가부채의 범주에 넣어서 관리해야 하며, 이를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90조원 수준이던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368조원으로 93.6% 증가했다. 4년 만에 거의 2배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부채 434조원을 더하면 국가 전체 부채규모는 802조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237조원의 3분의 2에 육박한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최근 국가 부채비율이 GDP의 100%를 넘어 재정 위기에 처한 국가보다는 낮지만 부채의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재정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취약점으로 가계부채와 함께 공기업 부채를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공기업들이 해외채권 발행 등을 위해 신용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부채비율 증가와 손익구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86개 공기업 중 정책적 기능을 많이 수행하는 곳의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시켜 통합관리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LH의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명문화한 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정부 정책사업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재정부 재정관리국 관계자는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국가채무 기준에 맞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