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입원하는 문화는 선진국에선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하는 비율은 평균 6~7%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선진국 역시 30~40년 전에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와 보험업계, 의료계가 공동 노력한 결과 과잉 진료를 막고 일반 소비자들이 내는 보험료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1980년대까지 교통사고 입원율이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했던 일본의 개선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가짜 환자’의 장기 입원에 따른 보험금 누수가 심각하다고 판단, 의료법을 개정해 ‘48시간 규제조항’을 넣었다. ‘유상진료소에선 부득이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동일 환자를 48시간 초과해 입원시키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유상진료소는 병상 19개 미만의 진료기관으로, 우리나라의 의원급에 해당한다. 이 규제조항은 환자들이 입원 대신 통원치료를 선호하는 관행이 정착된 2007년까지 유지됐다. 일본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치료증상에 따른 진료비가 정해져 있는데다 입원일당 개념도 없어 굳이 입원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장기 입원에 따른 입원료도 다르게 책정했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후 14일까지 입원료의 100%를 지급하지만 이후 30일까지는 75%, 31일 이후엔 66%만 적용했다. 오래 입원할수록 손해란 인식이 확산된 배경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비를 기준 입원료보다 더 많이 지급하고 있다. 대학병원에 입원하면 기간에 관계없이 입원료의 135%, 일반 종합병원에 입원하면 100%를 각각 적용한다. 의원급에 입원해도 50일까지는 모든 입원료를 주고 있다. 독일 영국 등에선 건강보험과 차이났던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를 단일화했다. 똑같은 목부상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보다 자동차보험 치료비가 높았던 체계를 뜯어고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같은 병이라도 자동차보험이 적용되면 최고 15%가량 치료비를 더 받는 구조다. 건강보험이 뒤늦게 생기면서 자동차보험에 적용해온 진료수가를 낮추는 데 실패해서다. 연준흠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자동차사고로 인한 피해환자이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의료서비스에 대해 진료수가를 다르게 적용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