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던 은행 지분 일부에 대해 블록딜(대량매매) 매각을 추진하면서 은행주 전반의 투자심리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특히 업종 내에서 KB금융의 주가 상승 탄력이 클 것으로 보고 매수 관점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포스코는 보유 은행 지분 중 일부인 KB금융 주식 386만3517주(지분 1.00%)와 하나금융 주식 223만3278주(지분 0.92%)을 블록딜로 매각키로 했다. 매각가격은 전날 종가인 4만2300원과 4만4900원에서 약 0~2.0%의 할인율이 적용된 금액인 4만1500원~4만2300원, 4만4000원~4만4900원 사이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유 지분 중 신한지주를 제외한 은행주를 매각하는 이유는 KB금융은 보유 지분율이 높다는 점이, 하나금융의 경우는 매각 이익이 발생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매각이 완료된 이후 포스코는 KB금융 지분 3.00%, 신한지주(0.92%), 하나금융(1.00%)의 잔여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증권가에선 잔여 지분에 대한 추가 매각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오버행(대기매물) 이슈가 은행주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 연구원은 "이번 매각 후에도 포스코가 잔여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추가 매물화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실질적인 오버행 우려는 해소됐다"며 "이번 매각은 조만간 예정된 신용평가사 정기평가시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차입금 수준과 부채비율 관리), 등급 검토 이후에는 추가 매각의 유인이 소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철강업황이 지속 악화되면서 차입금이 계속 늘어나게 될 경우 추후의 신용등급 평가 전에 또 한차례 지분 매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포스코측이 하반기 중 자회사인 포스코특수강 기업공개(IPO)와 투자비 조절을 통해 부채비율을 적절히 관리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어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최 연구원은 내다봤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도 "이번 블록딜이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주가에 중장기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매각규모(SK텔레콤 포함)가 5000억원대로 지난해 10월말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분 2651억원의 2배에 달하고 있어 부채비율 인하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골드만삭스가 보유하고 있던 하나금융 지분 3.9%가 출회됐던 지난 2월 14일에도 하나금융 주가는 오히려 0.87% 상승했고 다음날 2.22% 상승하는 등 물량 출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황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경우 당시 기관과 외국인들의 매입 경쟁이 치열해 할인율이 3%에 그쳤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KB금융과 하나금융 물량에 대한 매입 경쟁률도 높을 것으로 예상돼 할인율이 0~2%대로 지난 2월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돼 주가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 중에선 상대적으로 KB금융의 주가 상승 탄력이 더 높을 것으로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두 종목 가운데서 KB금융의 상승 여력이 더 높아 최선호주로 추천한다"면서 "KB금융이 그 동안 오버행 이슈 때문에 주가 수익률이 저조했으나 하나금융지주는 오버행과 상관없이 주가 수익률이 매우 양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KB금융이 0.7%에 불과한 반면 하나금융은 15.1%에 이른다.

최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포스코의 보유 지분율이 높았던 KB금융의 경우 오버행 우려가 상대적으로 주가에 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우려 해소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화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KB금융의 주가 상승 여력이 더 커졌다고 호평했다.

한편 황 연구원은 "아울러 최근 은행주가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6.6배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받는 등 실적 개선과 저평가 인식이 확산되면서 은행주가 상승할 것"이라며 "최근 대형주 순환매 장세에서 IT, 자동차 다음으로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뒷받침되는 업종은 은행주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