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떠나는 구례 나들이는 한결 신바람이 난다. 산수유, 벚꽃이 줄지어 피어나고 지리산 자락의 봄기운도 무르익는다. 구례로 가는 봄길을 더욱 신나게 하는 건 5일장이다. 장터엔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에 온갖 산나물까지 쏟아져 시끌벅적한 봄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국관광공사는 구례 5일장을 비롯해 한산·강화·원주·안성 등 5일장 다섯 곳을 ‘4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 장터에 가면 풍성한 봄나물을 비롯한 계절 특산품과 넉넉한 인심이 추억과 꿈을 되새기게 한다. 장터마다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도 푸짐하다. 5일장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보자.

○전통가옥 사이 봄나물 풍성…구례 5일장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의 구례 5일장(3·8일)은 여느 장터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골목 사이로 난전히 펼쳐진 번잡하고 남루한 5일장이 아니라 한식 장옥들로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모습은 말끔해도 투박한 사투리와 푸짐한 덤에서 묻어나는 인심은 예전 그대로다.

구례장은 예부터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들이 모이는 곳. 산수유, 당귀, 더덕, 칡, 생지황 등 약초들의 향긋한 냄새가 장터 초입부터 코를 자극한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고사리, 쑥, 냉이 등 산나물들이 가세해 골목 장터는 더욱 풍성해진다. 약재상, 싸전, 채소전, 잡화전, 어물전을 차례로 둘러본다. 구례장에선 대장간이 볼거리다. 시뻘건 불에 낫과 호미를 달구고 두들겨 대느라 이른 아침부터 열기가 후끈하다.

장터 구경을 끝냈으면 봄꽃을 감상할 차례다. 3월 말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산동마을 산수유는 4월 초까지 노란 자태를 뽐낸다. 산수유가 시들 무렵이면 섬진강 벚꽃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다. 구례군청 문화관광실 (061)780-2227

○추억과 꿈을 파는 한산5일장

서천군 한산면의 한산터미널~한산초등학교 사이에서 열리는 한산5일장(1·6일)은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모시가 거래되는 유일한 전통시장이다. 장은 오전 9~10시에 본격적으로 서지만 한산장의 명물인 모시전을 보려면 새벽 6시 전에 한다공방 옆 모시거래장에 도착해야 한다. 모시전이 이른 새벽에 열리는 건 어둠 속에서 백열등에 비춰봐야 모시의 품질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시전은 4~6월이 성수기다.

장터 초입 채소전 거리엔 냉이, 쑥 등 봄나물에 잡곡들도 풍성하다. 장작불에 솥을 걸고 끓여낸 도토리묵, 직접 만든 두부도 먹음직스럽다. 서천 특산품인 박대는 어물전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한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아성대장간, 40년 넘게 농기계와 철물을 팔고 있는 학교앞 철물점, 양철을 자르고 두드려 생활용품과 장식용 공예품을 만드는 정함석집은 한산장의 산 역사다.

난전과 공방, 골목상점들까지 구경하다 보면 어느 새 점심시간. 장터거리의 삼거리식당은 국밥, 오라리집은 얼큰한 칼국수, 모시원식당은 영양솥밥이 맛있다.

향긋한 봄 바다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해안도로를 따라 마량포구나 홍원항까지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고 금강변을 달려도 좋겠다. 서천군 관광안내 (041)950-4525

○특산물 천지 강화장

강화도 주민들 사이에는 복사꽃이 화사하게 필 무렵 서해에서 힘차게 한강으로 거슬러 오르는 숭어회를 맛보면 한 해 동안 건강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숭어뿐만 아니다. 속노랑고구마, 사자발약쑥, 통통한 팽이처럼 생긴 강화 순무 등 강화도는 특산품 천지다.

예로부터 강화도의 다섯 군데에서 열렸던 5일장은 현재 강화장, 화도장, 온수리장 세 곳만 남아있다. 강화풍물시장 주차장에서 열리는 봄날의 강화장(2·7일)은 고개를 불쑥 내민 각종 나물들로 봄기운이 왕성하다. 강화의 속노랑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생김새가 사자발처럼 넓적하다 해서 이름 붙은 사자발약쑥은 피를 맑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며 상인들이 적극 추천하는 품목. 강화 순무는 보기에도 옹골차지만 맛이 달고 소화가 잘 되며 암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강화읍 갑곶리의 강화풍물시장에선 각종 젓갈과 순무김치, 밴댕이회무침 등을 살 수 있다. 강화역사박물관, 강화지석묘로 불리는 하점면 부근리 고인돌, 강화평화전망대 등에 들러 역사와 현재를 반추해보자. 강화군청 관광개발사업소 (032)930-4338

○잔칫집 같은 원주5일장

원주에는 섬강의 지류인 원주천이 시내를 관통한다. 원주천은 생태공원이자 시민들의 운동공간이며 주차장이다. 이른 아침에 반짝 열리는 새벽시장과 원주5일장(2·7일)도 원주천변 민속풍물시장에서 열린다.

원주5일장은 먹거리 천국이다. 40년 넘게 직접 빚어 판다는 아주머니의 손만두, 20년 가까이 삶아 팔아온 삼형제의 족발,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서 부쳐내는 정선할머니의 메밀부침, 돼지고기 떡갈비, 달달하고 고소한 호떡과 쫄깃한 어묵…. 왕사탕 전병 등 추억형 과자와의 만남도 즐겁다.

아침 7시부터 북적이던 장터는 오후 4시쯤이면 발길이 한산해지다 6시쯤이면 파장한다. 파장 즈음 장터를 찾으면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원주역에서 장터가 그리 멀지 않으니 기차를 이용해 찾아가는 것도 좋겠다. 원주시 무실동의 원주한지테마파크, 단구동의 박경리문학공원, 원주5일장에서 가까운 봉산동의 원주역사박물관도 놓치지 말 것. 원주시청 문화관광과 (033)737-2832

○신명나는 전통시장, 안성5일장

안성 중앙시장 주변에 Y자 형태로 1.5㎞가량 늘어서는 안성5일장(2·7일)은 수도권에서 전통시장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향긋한 봄나물과 싱싱한 생선이 좌판에 가득하고, 장터 한편에선 뜨끈한 가마솥에서 국밥이 김을 무럭무럭 피우며 구수한 냄새를 진동시킨다.

장이 본격적으로 서는 건 오전 10시무렵. 채소전 곡물전 생선전 잡화전 등 이것저것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푸짐한 먹거리도 장터 구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안성하면 국밥이다. 예부터 안성장은 소를 사고 파는 우시장이 유명했다. 안성장에서 장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음식이 소고기를 듬뿍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장터국밥이다.

안성맞춤으로 유명한 유기와 안성의 농업 및 향토문화를 소개하는 안성맞춤박물관, 19세기 후반 남사당패 최초의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묘와 청룡사,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을 촬영한 고삼저수지, 천주교성지인 죽산성지와 미리내성지 등도 둘러보면 좋겠다. 안성시청 문화체육관광과 (031)678-2494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