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기업에 면죄부 주는 허술한 IFRS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실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의 허점을 이용해 영업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코스닥 한계기업 가운데 41개사가 막대한 사실상의 적자를 냈으면서도 IFRS에서 허용하고 있는 회계처리 기법을 활용하면서 영업이익을 표기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퇴출되지 않고 살아남게 됐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기업 영업활동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중요 경영 지표를 자의적으로 기재할 수 있게 하고 심지어 결산자료에 표기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IFRS는 무언가 잘못됐다. 전문가들도 재무제표만 봐서는 불량기업과 우량기업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IFRS가 과도한 재량권을 보장하고 있는 데서 나온다. 유럽 중심의 IFRS는 미국 회계기준(US-GAAP)과 우리나라의 옛 기업회계기준(K-GAAP)과 달리 규정(regulation)보다 원칙(principle)을 중시하고 있고, 자산과 부채를 장부가 아닌 공정가치(시장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수익반영시점과 외환손익평가 방식 등에서 기업의 실제가치가 왜곡되는 문제가 있어 업종에 따라 많은 예외를 두는 등 회계기준이 계속 수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IFRS를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사업기간이 긴 건설과 조선의 기성고를 매출과 수익에 반영하도록 예외를 둔 것도 그런 경우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무더기 이익전환 사례에서 보듯 영업손익 규정이 없어 생기는 혼란 역시 구조적인 문제다. 한국회계기준원이 IASB에 영업손익 개념을 IFRS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제안키로 한 것은 그만큼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방증이다. 미국과 일본은 아직 IFRS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미 증권위원회(SEC)는 작년 말까지 IFRS 도입 여부를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또 연기한 상태다. 미국 회계기준과 IFRS 간 기준 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IFRS가 필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로드맵조차 없다. 빨라야 2020년에나 도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이 2007년에 로드맵을 발표하고 작년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간 것이 너무 성급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한국거래소 퇴출규정은 아직도 IFRS 규정에도 없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뒤죽박죽이다. 누가 책임이라도 질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