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 세계銀 총재 후보에 대한 FT의 딴죽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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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세계은행(WB) 총재에 지명된 것에 대해 서방 유력 언론들이 계속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자 사설에서 “김용도 좋지만 오콩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WB 총재로는 더 적임자”라며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날 김 총장에 대해 부정적인 사설을 쓴 데 이어 FT도 가세한 것이다. FT는 하루 전엔 이례적으로 1면 기사를 통해 김 총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FT는 김 총재의 의료 분야에서의 업적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의 경험은 인정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폈다. WB 총재는 거시경제학 지식을 갖추고 국제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야 하며, 실행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에 맞는 사람은 김 총장이 아닌 오콩조라는 것이다. 오콩조 장관이 개도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실제 정책결정 경험을 했던 점과 현재 WB 사무총장으로 이 기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아프리카 여성이 총재가 되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점도 덧붙였다. 하지만 FT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 경제학 지식이 유용한 건 사실이지만 경제학자만 WB 총재가 되어야 한다는 건 억지다. 김 총장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고 총장으로서 실행력도 보여준 바 있다. 나이지리아 장관의 개도국 경험을 내세우는 부분은 실소를 자아낸다.
개발 경험으로 말하자면 한국만큼 많은 노하우가 있는 나라도 없다. 개발원조를 통해 성공한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는지 궁금하다. 개발경험 측면이라면 한국의 사공일이나 한덕수, 박영철 고려대 교수 등이 WB 총재로는 최상급이다.
물론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고 지금은 영연방인 나이지리아 장관이 WB 총재를 맡는 것이 영국의 국가이익에 부합될 수도 있을 것이다. FT가 오콩조 장관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도 그런 자잘한 이유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만일 서머스 등 저명한 미국학자 중 한 명이 후보가 됐다면 이처럼 시비를 걸었겠는가. 서방 언론들의 편협성이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