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기 세계은행(WB) 총재로 지명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에 대해 서방 언론들의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자 사설에서 ‘그의 지명은 다트머스대에도 WB에도 나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트머스대는 훌륭한 총장을 잃게 됐고 WB는 그에게 맞지 않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WB는 내부적으로는 물론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려 관리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조직인데 경제와 금융분야, 정책결정, 개발 등 업무경험이 거의 없는 의학박사인 김 총장이 잘해낼 수 있겠냐는 게 요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관을 문제삼고 나섰다. 김 총장의 2000년 공저 《Dying for Growth》에 ‘신자유주의와 기업주도 경제성장이 많은 경우 중산층과 빈곤층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많다는 것이다. FT는 “경제성장에 반대하는 최초의 WB총재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교수의 말도 인용했다.

두 신문 모두 경제학자도 아니며 경제관도 알려진 바 없는 그가 과연 WB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WB 총재가 반드시 경제학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WB가 단순한 원조기구는 아니며 공적투자 등에서 경제지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경제학자만이 이런 일을 잘할 것이란 생각은 선입견이자 오만한 발상이다.

그보다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최초의 동양인 WB 총재에 대한 시기심을 은연중에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WB와 IMF 총재는 모두 백인들 차지였다. 그렇지만 이런 자리가 백인들의 전유물이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같은 미국 내 저명 인사들과 이들 주변 인맥의 실망감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식으로 구차하게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

김 총재는 1회성 후진국 의료지원 차원이 아니라 오랜 기간 빈곤국의 의료시스템 자체의 개혁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다. 총장으로 대학 재정개혁에도 성공했다. 그의 이런 경험과 조직능력, 그리고 국제적 비전은 WB를 이끄는 데 결코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