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핵과 미사일 등의 개발 및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미국에 약속한 ‘2·29 합의’가 있은 지 불과 2주 뒤, 북한은 특유의 ‘속임수 외교’를 또 한번 펼쳤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주년에 맞춰 내달 15일께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쏘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는 행위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을 간과해서 안 된다. 여기서 한발 양보한다면 북한의 새 지도부는 우쭐거리며 예상할 수 없는 외교 전술을 취할 것이다.

오바마 정권은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최근 3년 동안 미 행정부는 북한의 외교 게임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해왔다. 이전 조지 W 부시 정권과 달리 오바마 정권은 김정일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억제했다. 군사적 도발과 함께 외교적 양보를 더욱 바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북한과의 외교를 거부해온 것이다.

오바마의 외교정책 테스트

이런 현명한 판단은 그러나 작년 12월 김정일이 죽고 그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후 흐려졌다. 2·29 합의는 북한에 수십만의 식량 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북한 내 단 한곳의 핵 개발시설을 멈추게 하려는 불완전한 실험이었다. 즉 이 합의는 북한의 새로운 정권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진행한 것이 아니라 오는 11월 미 대통령선거를 겨냥, 북한과의 외교 성과를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한마디로 도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정권은 이전 빌 클린턴, 부시 전 정권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정은이 김정일과 전혀 다르다고 판단한 것은 오판이었다. 김정은이 표면상 새로운 체제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있지만 실제로는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군의 원로그룹이 체제를 관리·감독하고 있다. 북한에 드디어 ‘평양의 봄’이 찾아왔다는 미국의 몽상이 무너진 것은 틀림없다.

북한은 이번 로켓 발사 발표를 통해 두 개의 위기를 새로 만들었다. 첫째, 유엔 안보리의 북한 미사일 실험 금지를 깨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오바마 정권의 대북 외교에 대한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다.

로켓발사시 식량원조 중단해야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고 식량 원조를 하면 북한은 대미 외교전에서 큰 승리를 거두게 된다. 또 탄도미사일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이란은 새로운 북한 미사일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으로부터 더많은 양보를 얻으려 할 것이다. 새로운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미국엔 이 사태를 해결할 만한 몇 가지 선택이 있다. 가장 좋은 선택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식량 원조 중지는 물론, 김정은과의 교섭을 중단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 자국에 이익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를 판단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마이클 오슬린 < 미국기업연구소 일본담당연구원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클 오슬린 미국기업연구소 일본담당연구원이 ‘북한의 외교 게임’(Playing Pyongyang’s Games)이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