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이 또 국내 자동차 업계에 쓴소리를 했다. 이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에서는 경영자 책임 아래 작업관리가 이뤄지는 반면 한국은 노사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낙후된 작업관리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또 “시장수요변화를 근로시간 연장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사람을 기계취급한다는 의미로 외국처럼 합리적 수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근로시간 감축과 추가고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주 미국 자동차 공장을 둘러보고 온 이 장관이 한국 자동차업체 노사에 생산성 향상과 고용창출을 촉구하며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한 여론몰이를 가속화하는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경영자 책임 아래 체계적 작업관리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공장과 GM 랜싱공장을 둘러본 이 장관이 지적하는 한국 자동차업체와의 가장 큰 차이는 ‘체계적 작업관리’다. 이 장관은 “미국 공장들은 근로시간 생산속도 인력배치 등이 경영진 책임 아래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한국은 노사협상으로 하다 보니 낙후된 수준”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외국에서 하는 것처럼 국내 근로조건도 일정 수준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핵심인력(키맨)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표준작업과 작업속도를 만들어낸 뒤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 현장의 생산인력 가운데 팀 매니저가 경영진으로부터 임명돼 작업 전체를 지휘하며 공정을 관리한다. 반면 한국은 노사협상을 통해 작업시간 등을 결정하느라 체계적 관리가 되지 못한다는 게 이 장관의 지적이다.

이 같은 차이로 차 한 대 만들 때 들어간 평균 근로시간인 HPV(Hour Per Vehicle)가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17.3시간, GM 랜싱공장은 23시간인 반면 현대차 울산공장은 31.3시간으로 상당히 뒤처져 있다. 특히 임금의 경우 GM 랜싱공장의 야간 근로자는 주간의 5%, 심야 근로자는 10%를 더 받는 반면 현대 울산공장 근로자는 150%(50%를 더 받음)를 받는다. 이 장관은 “한때 ‘제너러스(관대한) 모터스’라 불리던 GM(제너럴 모터스)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낭비적 요소를 노사협의로 잘 고쳤다”고 평가한 뒤 “국내업체도 작업공수와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 생산성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관리 선진화로 일자리 창출

이 장관은 미국과 비교하며 한국의 장시간 근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이 장관은 “미국 공장들은 시장수요가 늘어나면 인력 추가고용과 교대제 확대로 대응하는 반면 한국은 휴일근로 등 장시간 근로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과 GM 랜싱공장은 1일 8시간 규정을 지키면서 수요가 늘어나면 추가고용과 2, 3교대제를 실시하는데 한국은 주야 맞교대와 연장근로 등으로 정규직 근로시간만 늘린다는 논리다.

이 장관은 특히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톱5에 드는 현대기아차가 외국에서는 다른 업체처럼 하면서 국내에서는 유독 낙후된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생산성, 임금체계, 노동유연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을 통한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임금 감소를 우려해 근로실태 점검 등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는 노조의 불합리한 관행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