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적응력 ‘높이고’…작은 일에 ‘최선’
중국 고전 ‘초한지’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그 안에는 성공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등장한다. 파발대학교 출신 유방(이범수)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힘겹게 대기업 신입 사원이 된다. 순탄치 않은 사회생활이지만 유방은 결국 제왕의 자리에 오르는데….
‘샐러리맨 초한지’에는 업무 능력, 인간관계, 리더십, 경쟁과 협상 등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특히 신입 사원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인드에 대해 배울 점이 적지 않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와 직장인 자기 계발서 ‘샐러리맨 초한지’의 저자 이남훈 씨, 김정원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가 조언하는 신입 사원 행동 강령에 주목해보자.
강령 하나. 조직 문화에 적응하라
상황▶ 눈물겨운 백수 생활을 끝내고 대기업의 일원이 된 신입 사원 유방. 그가 출근 첫날, 회사 정문을 통과하고 첫 번째로 한 일은 바로 인사였다. 입사 시험에서 번번이 탈락해 팀장보다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회사에 소속된 이상 그는 막내 사원에 불과하다. 신입 사원이라면 선배에게 인사하기는 기본, 회식 자리에서 고기 굽기는 필수라는 사실.
적용▶ 신입 사원이 알아야 할 것은 ‘조직은 학교와 다르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집단이 바로 조직이다. 때로는 개인의 희생을 필요로 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오는 세계다. 이 조직 문화에 하루 빨리 적응해야 한다. 김정원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는 “신입 사원이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문화를 이해하고 여기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업마다 핵심 가치나 비전이 존재하는데 이를 잘 파악하고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기업의 목표와 자신의 목표가 일치하는 부분이 클수록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직은 직급으로 구성된 계층 문화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언어를 그에 맞게 구사해야 한다. 회의·회식을 비롯해 기타 공식적인 모임에서 신입 사원은 ‘분위기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TIP. 같은 부서에서 조언해줄 수 있는 멘토 선배를 만나면 적응이 빠를 것이다.
강령 둘.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
상황▶ 신입 사원 유방의 앞에는 수많은 복사 용지가 쌓여 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입사했고, 회사의 핵심 부서인 ‘전략사업본부’에서 일하게 됐지만 처음부터 그에게 중요한 업무가 주어지진 않았다. 복사와 잔심부름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유방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한번 해볼게유~.”
적용▶ 많은 신입 사원이 좌절하는 순간은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그 고생을 했나’ 하고 느껴질 때다. 즉 맡은 업무가 생각하던 것과 너무 다른 일이거나 하찮게 생각될 때다. 하지만 ‘작은 일을 충실히 해내는 사람에게 큰일이 온다’는 게 리더십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같은 문서 정리를 하더라도 누군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고 누군가는 철자에서 오류를 내기도 한다. 전자에게 상사의 신뢰가 쌓이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저자 이남훈 씨는 “단순 복사를 하더라도 이 문서가 누구에게 향하는지를 파악하라”고 말한다. 다른 상사에게 전달하는 문서인 경우에는 스테이플러만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은 일을 통해서도 일의 앞뒤 맥락을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만약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할 때에는 “‘제 전공은 무엇이고 이쪽에 맞는 일을 주신다면 회사에 더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언어를 구사하라”는 게 김정원 교수의 조언이다.
TIP. 업무나 개인 신상 등의 얘기는 타 부서가 아닌 직속 상사를 통해 하는 게 갈등을 없애는 길이다.
강령 셋. ‘나만 똑똑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상황▶ 유방이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회사의 미래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전사적으로 실시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라이벌 항우도 같은 프로젝트에서 경쟁을 펼쳤다. 우승자에게는 부사장 자리를 준다는 파격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사활을 걸고 뛰어드는데, 주목할 점은 두 명 모두 팀으로 일한다는 것. 프로젝트를 받자마자 함께 일할 팀원을 모집하고 함께 자장면을 먹어가며 밤을 새운다. 회사는 ‘팀으로 일한다’.
적용▶ 스펙이 화려하다고 해서 직장 생활을 잘하는 건 아니다. 기업은 스펙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한다. 이때 중요한 게 팀워크다.‘나만 잘났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난관에 부닥치는 곳이 사회다. 중국 고전 ‘초한지’에서도 유방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반면 항우는 져본 적이 없는 능력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 승리는 유방에게 돌아갔다. 그 이유는 유방에게는 돕는 손길이 많았기 때문이다. 즉, 유방은 화려한 개인 플레이어라기보다 팀워크에 능했다.
신입 사원은 뭐든 배워야 할 시기다. 자기 업무에 충실하며 다른 사람과 윈-윈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선배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도 신입 사원의 특권이다. 이남훈 씨는 “신입 사원이 너무 똑똑해 보이면 도와주는 선배가 없다. 오히려 살짝 허술해 보이는 편이 사람을 얻는 데는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신입 사원들은 ‘난 잘났다. 뭐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너무 나대지 마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욕심을 앞세우지 말고 상사와 업무를 통해 뭐든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어느 순간 조직에 적응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또한 계속 자기 계발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TIP. ‘허술해 보이는 게 낫다’는 것은 ‘일을 못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신입 사원 때부터 강성 이미지를 내세우지 말라는 뜻이다.
강령 넷. 직장 내 소울메이트를 만들어라
상황▶ 회사 미래 전략 프로젝트에서 패배한 유방은 퇴출될 위험에 처한다. 그는 그토록 미워하는 항우에게 ‘살려달라’고 매달린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유방이 마음을 터놓는 사람은 회사 친구 우희다. 우희는 개발팀 내에서 왕따를 당한 적도 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유방이라는 다정한 사내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적용▶ 신입 사원에게 인간관계는 또 하나의 도전 과제다. 사회 인맥을 처음 쌓아나가는 신입 사원은 선배·동기와의 관계를 어떻게 다지느냐에 따라 회사 생활이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 명심할 점은 ‘일과 사람을 분리해 생각하라’는 것이다. 좋은 사람만 대할 수 없는 곳이 사회다. 싫은 사람과도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김정원 교수는 “내가 상대방을 미워하면 그 사람에게도 나는 미운 사람이 된다. 상대방도 다 알아차리고 관계의 악순환이 펼쳐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악감정이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결국 본인 손해다. “관계란 산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개를 오를 때까지는 어렵지만 그곳을 지나면 편해진다. 이익이 되면 가까이 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조언이다. 신입 사원 때 이런 훈련을 잘 해놓으면 좋은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남훈 씨는 “유방이 승리한 결정적 이유가 미운 사람을 잘 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등용했고 상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항우는 화가 날 때마다 구덩이에 함정을 파서 군사들을 몰아넣었다. 인간관계를 간과한 게 항우의 패인”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직장 내 소울메이트를 만들 것을 추천한다.
TIP. 미운 사람에게 칭찬하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의 좋은 점은 배우고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할 것. 잘못한 일이 있으면 ‘죄송합니다’라고 반드시 말해야 하지만,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사과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