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모바일 정보기술(IT) 기기의 보급으로 손 안에서 게임을 즐기고 영화를 보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한번쯤 작은 화면에 아쉬움을 느껴본 적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이 100인치 크기의 가상 3차원(D)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친구들과 둘러앉아 고스톱을 칠 때처럼 커다란 판에서 고스톱 게임을 즐기고, 액션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치가 안경형 디스플레이 장치인 HMD(Head Mounted Display)다. 최근 국내 토종기업이 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첫 출시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HMD란 어떤 기술일까.

HMD는 보안경이나 헬멧 같은 형태로 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다. 눈앞 가까운 거리에 초점을 맞춘 가상의 스크린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1인치 이하의 소형 LCD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양쪽 눈과 가까운 위치에 하나씩 설치돼 있는데 이 광학 디스플레이가 이미지를 확대해 대형의 가상 화면으로 전환시킨다. 대부분 DVD급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게 장점이다. 또 고정된 TV 등의 모니터와는 달리 머리, 즉 시선과 함께 스크린이 따라 움직여 3D 영상에 대한 몰입도를 좀 더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휴대용 3D 모니터’ ‘스크린 없는 영화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HMD지만 처음 고안된 것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군사용으로 처음 개발됐다. 위험한 군사 연습이나 전투 훈련 등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 것.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용화가 되지 못했던 이유는 적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구)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컴퓨터나 특수한 영상원과 연결해야만 구현이 가능했고 해상도도 낮았다. 무게가 무거워 휴대성이 낮은 데다 높은 가격문제도 대중화의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최근 독일 칼자이스, 미국 뷰직스, 일본 소니 등이 기술력을 높인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대중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향후 HMD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응용 영역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 진단이나 수술 등 의료분야, 3D 동영상을 활용한 가상 교육, 자동차 운전 연습 등 특수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이 좀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조만간 영화관이나 PC방을 찾지 않고도 ‘안경’ 하나로 모든 여가 생활을 해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은정진/정소람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