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우린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지난해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발간됐다. 책은 취업을 위해 스펙쌓기에 몰두하는 청춘들의 지친 영혼을 격려하며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1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바늘구멍 처럼 좁은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전전긍긍 하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각박하고 잔인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힘든 것은 20대 뿐만이 아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40대 성인들은 아프면 아프다고 울 수도 없다.

마흔의 고민은 바로 돈으로 귀결된다. 아이들 교육비는 월급을 초과할 지경이고, 내집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이자는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집값은 물론 주식도 떨어지고 있으니 올라야 할 건 내리고, 내려야 할 건 오르는 청개구리 상황인 것.

'집'의 노예로 전락한 40대 男 "아플수도 없다"
최근 신간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를 출간됐다.

책은 진퇴양난에 빠진 대한민국 40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소장이자 이 책의 저자인 이의수 씨는, 마흔의 아픔을 이해하기보다 가슴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라"에 지친 마흔에게 "괜찮아!"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집에 저당 잡힌 마흔의 사례는 대한민국의 40대가 겪고 있는 슬픈 자화상을 대변한다.

한 가장이 만기된 전셋집을 뒤로 하고 새 집을 찾으러 나선다. 늘 돈이 부족해 복덕방을 전전한다. 그는 이 서글픈 순례를 지난 13년 동안 8번이나 했다. 평균 1.6년에 한번 꼴로 이사를 다닌 셈.

주인공과 아내는 '이사의 달인'이 된 끝에 일산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집으로 안내문이 날아들어왔다.

집 대출금 1억5000만원이 만기가 됐으니 갚거나, 연장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아파트에 대출금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문득 이 집을 사고 얼마 후 아내가 "앞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말을 했었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내가 지금까지 빚더미 인생을 살고 있구나, 이 집이 실은 완전한 내 집이 아니었구나, 겨우 반절만 내 집이었구나. 내가 바로 하나 있는 집으로 인해 오히려 궁핍하게 사는 하우스푸어(House Poor)였구나."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中에서…

이 책을 선택하는 독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40대의 귓가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사

한경닷컴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