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주종 관계서 동반자 관계로 가자"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검·경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현직 경찰 간부가 관할 지청 검사를 고소한 사건을 두고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형사사법체계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차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청장은 19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자꾸 검·경의 권한 다툼, 국민은 안중에 두지 않은 ‘밥그릇 싸움’으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는데 안타깝다”고 전제하면서도 “검·경이 (그간의) 주종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됐고 대통령령이 제정됐지만 검찰은 과거의 틀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고, 경찰은 그게 잘못됐으니 바꾸자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봐도 경찰이 질서를 유지하지 않고 범죄수사를 안 한 적이 없는데 왜 유독 대한민국만 경찰에 그런 권한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거듭 검찰을 향해 날선 메시지를 던졌다.

경찰이 관내 지휘 검사를 고소한 ‘밀양 사건’에 대해서도 조 청장은 “젊은 경찰이 정의롭게 일하려다 좌절된 사건”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경남 밀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정재욱 경위(30·경찰대22기)가 현지 농지에 폐기물 5만t을 버린 폐기물처리 업체를 수사하다 창원지검 밀양지청 소속이었던 박대범 검사(38·사시43회)를 고소한 사건을 재차 공론화한 것이다.

정 경위는 당시 박 검사가 해당 폐기물처리 업체 대표와 유착, 수사축소를 지시하며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조 청장의 지시로 직접 수사에 나섰다가 검찰이 ‘사건을 관할지로 넘기라’고 지휘하자 지난 16일 사건을 대구 성서경찰서로 이송했다. 그러나 본청에서 수사팀을 파견키로 하는 등 내용적으로 검찰에 계속 맞서는 상황이다.

조 청장은 기자간담회 내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일은 최근 들어 본격화된 검·경의 ‘힘 겨루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판·검사라고 특별대우하지 말라(3월8일)” “검찰은 문제 있는 경찰을, 경찰은 문제 있는 검사를 잡아들이면 두 조직 모두 깨끗해질 것(3월13일)”이라며 조 청장이 연일 검찰을 향해 강도높은 발언을 해온 점도 이 사건을 단순히 수사의 영역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이 와중에 검찰이 최근 ‘강남 룸살롱 황제’로 통한 이경백 씨(40·복역 중)의 경찰 로비 의혹을 꺼내들고 수사에 나서며 경찰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수사 역시 ‘밀양 사건’ 이후 검·경의 파워게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조 청장은 “(룸살롱 황제)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부패경찰을 도려내겠다”고 했지만 경찰도 2010년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경찰은 ‘밀양 사건’에, 검찰은 ‘이경백 사건’에 각각 방점을 찍고 치열하게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밀양 사건’의 발단인 정 경위가 지난 17일 경찰청 게시판에 “고소 사실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만큼 수사팀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나서는 등 일선 경찰들도 검찰을 향해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