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30년 랠리 '종착역' 왔나
1980년대 초반부터 30년간 지속된 ‘미국 국채 랠리’가 종언을 고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미 국채 금리(수익률)가 빠르게 상승하면서다.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9일 2.037%에서 1주일 만인 16일 2.298%로 상승했다. 16일 장중에는 2.36%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 가격은 지난해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으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에도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올 들어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경쟁 자산인 주식 가치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국채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채권 매입을 통한 3차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3일 Fed가 강한 경제성장 신호를 인정하면서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자 시장은 ‘더 이상의 국채 매입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하면서 수익률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의 적지 않은 은행들이 국채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다. 1981년 15.84%로 꼭짓점을 찍은 10년물 국채 금리가 작년 9월22일 1.72%로 떨어질 때까지 30년간 이어온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래리 헤서웨이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의 금리 급등은 국채 시장의 터닝포인트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는 장기간의 약세장이 시작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UBS는 올해 말 10년물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2.4%에서 2.7%로 높여 잡았다. 그 밖에도 소시에테제네랄은 2%에서 2.25%, 노무라는 2.50%에서 2.75%, 도이체방크는 2.35%에서 2.50% 등으로 10년물 수익률 전망치를 각각 상향 조정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Fed가 2분기 중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