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175㎡ 반년 새 9억원 날아갔다
18일 찾은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맞은편 37층 주상복합아파트 ‘아크로비스타’. 전용면적 101~242㎡ 757가구로 2008년 3.3㎡당 매매가는 4000만원을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매물이 100개 이상 쌓였다. 인근 L공인 사장은 “2008년 35억원에 거래된 207㎡가 지난달 40% 떨어진 21억원에 팔렸다”며 “법원 경매물건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5㎡는 지난달 법원 경매에서 감정가 27억원의 64.8%인 17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하락골 깊어지는 고급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175㎡ 반년 새 9억원 날아갔다
조망권, 실내외 고급인테리어, 엘리베이터로 쉽게 이용 가능한 각종 편의시설 등으로 인기를 끌던 주상복합아파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고급 주상복합의 원조격인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175㎡는 작년 6월 3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2월에는 23억8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6개월 새 8억7000만원 떨어진 셈이다. 도곡동 D공인 사장은 “집주인들이 쉬쉬해서 그렇지 타워팰리스는 알려진 시세보다 2억~3억원 낮게 거래된다”며 “매수자가 없어 전세를 놓은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권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백화점이 입점해 있는 목동 하이페리온 전용 154㎡도 작년 12월 15억1000만원에 거래돼 같은 해 1월보다 9000만원 내렸다.

신규분양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숲과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성수동 갤러리아포레는 작년 7월 입주가 시작됐음에도 아직 일부 미분양이 남아 있다. 지난 1월 입주를 시작한 대전의 한 주상복합은 전체 2300여가구 중 20%가량이 미분양으로 현지 중개업소는 보고 있다.

○상승 기대감 낮고 관리비는 비싸고

가격 상승 기대감은 낮은 반면 관리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주상복합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타워팰리스1차 평균 공용관리비(주민이 공동 사용한 관리비용)는 ㎡당 1123원인 반면 도곡렉슬은 584원이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주상복합건물은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해야 해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30~40층 이상의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녹지공간도 부족하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주상복합은 재건축 잠재력이 떨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이 하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소형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전용 165㎡ 이상 대형이 많다는 점도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상복합 수요는 꾸준

전문가들은 주상복합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생활 편의성을 찾는 맞벌이 부부나 노년층이 늘고 있고, 보안을 중시하는 부유층의 수요도 꾸준해서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은 도심의 야간 주거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주상복합을 도입했지만 한국은 고급주거지라는 성격이 강하다”며 “틈새시장 측면에서 주상복합을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수색동 주상복합으로 이사한 맞벌이 부부 직장인 임세정 씨(41)는 “아파트에서는 평일 장보기가 힘들었지만 주상복합에서는 엘리베이터만 타면 자정에도 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며 “환기 통풍 등도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앞으로 주상복합은 부유층을 겨냥한 보안시설 위주의 고급형과 맞벌이 부부 등이 찾는 서민형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