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뇌가 걸리는 감기’로 불린다. 찾아왔다가 대수롭잖게 사라질 수도 있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죽음(자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번 주는 ‘세계 뇌 주간’이다. 서울대 경상대 등이 우울증 등을 주제로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에 걸쳐 공개 강연을 펼친다.

뇌 주간은 뇌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96년 미국에서 처음 지정된 이후 세계적으로 3월 셋째 주에 행사가 이뤄져 왔다.

우울증을 설명하는 이론은 여러 가지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모노아민’ 계열의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면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유명한 항우울제 ‘프로작’은 이미 분비된 세로토닌이 몸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게 한다. 정상 상태에서는 분비된 세로토닌이 세포 속으로 재흡수돼 대사과정을 거쳐 사라진다. 그러나 프로작은 인위적으로 이를 막아 ‘행복 지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별아교세포의 기능 저하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런은 신호전달을 위해 다양한 구조로 변신하는데, 이를 돕는 것을 교세포라고 한다. 별아교세포는 별처럼 생긴 교세포의 일종이다. 별아교세포는 뇌 신경세포보다 숫자가 더 많고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글루타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준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울증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를 분석한 결과 별아교세포가 대폭 감소했음과 우울증 환자에게 글루타민을 공급하면 우울증이 완화될 수 있음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폭행, 왕따, 성폭력 등 후천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때문에 변연계 이상이 생기고 이것이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연결돼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변연계는 정서를 관장하는 ‘감정의 뇌’로 불린다.

의학계에서 우울증은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10명 중 7명가량은 완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게 문제다. 진료 경력이 타 보험 가입 시 결격 또는 할증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성욕 감퇴, 혈압 상승 등 일부 부작용도 치료의 걸림돌이다. 김봉조 경상대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뇌와 신경계가 망가진 ‘병’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