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돈 … 年10% 수익 '중박' 상품으로 몰린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선에 안착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다 보니 선뜻 주식을 추가 매수하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은행 예금에 가입하자니 금리가 턱없이 낮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의 분할매수펀드와 하이일드펀드 헤지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주목하라고 권하고 있다.

◆관심 끄는 분할매수펀드

올 들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 5조6742억원이 빠져나갔다. 이 돈이 증시를 맴돌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매달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분할매수펀드를 내놓으면서 대기자금을 유인하고 있다. 작년 초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었을 때도 분할매수펀드가 많이 출시됐으나 올해는 이보다 운용 전략이 한 단계 발전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거나, 분할 매수가 끝나도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 비중을 다시 낮춰 하락에 대비하는 식이다.

KB자산운용은 ‘KB 스마트ETF 분할매수’ 펀드를 선보였다. 설정 초기에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30%를 투자한 뒤 매달 6%씩 10개월 동안 점진적으로 비중을 늘려가는 펀드다. 시장의 등락에 따라 상승장에서는 채권ETF를 국내주식ETF와 같이 매수하고, 하락장에서는 레버리지ETF를 국내주식ETF와 매수한다.

분할매수펀드로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동부 스마트초이스-순환분할매수 1’ 펀드에는 260억원이 들어왔다. ‘신한BNPP차곡차곡’ 펀드도 출시 3주 만에 설정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외국계는 하이일드펀드 주력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하이일드펀드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반 채권보다 이자수익이 높지만 투자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경기회복기에 들어가 하이일드 채권의 부도 위험이 1% 이하로 낮아지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JP모간자산운용은 최근 ‘JP모간 단기 하이일드펀드’를 출시했다. 미국 달러화 표시 하이일드 채권 가운데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최근 판매사를 20여 곳에서 2곳 더 늘렸다. 슈로더투신운용 등 다른 운용사도 판매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헤지펀드·ELS도 인기

지난해 말 선보인 한국형 헤지펀드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헤지펀드는 시장 변동에 관계없이 매달 일정한 수익률을 내 연 10% 안팎의 수익을 추구한다.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설정 3개월도 안 돼 5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자산운용 등에는 개인투자자의 돈이 몰리고 있을 정도로 거액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ELS도 각광받고 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주가지수의 등락에 따라 10~20%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지난달 ELS 발행액은 4조650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주식을 직접 사기가 부담스러운 대기자금이 ELS로 대거 유입됐다”며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상품으로서 ELS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