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종시에 늘어나는 '배짱 분양'
평균 3.1 대 1. 극동건설이 최근 세종시에 분양한 ‘웅진스타클래스2차’의 청약 경쟁률이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수도권 시장에선 부러울 만한 수치지만 세종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같은 날 청약받은 중흥건설의 ‘세종시 중흥S클래스 센텀파크1차’는 275가구에 3641명이 몰려 평균 13.2 대 1을 나타냈다. 극동건설이 지난해 10월 분양한 ‘웅진스타클래스1차’의 평균 경쟁률 30 대 1과 비교하면 2차 단지 성적표는 초라해 보인다.

저조한 경쟁률은 모델하우스를 찾은 예비 청약자들의 반응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극동건설이 4개월 만에 같은 평면에 동일한 평형인 아파트의 분양가를 3.3㎡당 30만원가량 올렸다”고 지적했다. ‘웅진스타클래스1차’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747만원이었다. 2차 아파트는 1차 공급물량과 같은 구역에 있는 데다 평면이나 인테리어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분양가를 778만원으로 올렸다.

방문객들이 냉담하게 평가하는데도 모델하우스에 나온 극동건설 분양팀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고객들은 분양가가 아니라 경쟁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며 “워낙 인기지역이라 1차 단지와 비슷한 경쟁률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상승에 대해 “두 용지 구입시기가 같아 이자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며 “1차 단지에 비해 2차 단지가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승인받은 분양가는 오히려 3.3㎡당 787만원으로 현재 분양가보다 더 높다”며 “무조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고 소비자들의 의견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뒷맛이 씁쓸한 건 세종시에서 청약 열기가 이어지자 적지 않은 건설사들이 상품 차별화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분양가만 슬그머니 올리고 있어서다. 극동건설 2차 경쟁률은 소비자 의견을 무시하고 값만 올리면 세종시에서도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힘듦을 보여준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시장 분위기에 따라 휘둘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비자들은 똑똑하고 꼼꼼하다. 건설업계가 이 점을 간과하다 세종시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심은지 건설부동산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