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애플 ‘뉴 아이패드’의 핵심 부품사로 자리잡았다. 애플에 판매하는 부품 거래액은 올해 16조원 규모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을 상대로 한 특허전쟁에 강력 대응하면서도 부품 공급에서는 철저히 협조하는 강온 양면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는 뉴 아이패드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물량이 LG디스플레이의 공급량을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지난 1월 삼성전자가 애플에 납품한 9.7인치 패널은 245만개로 LG디스플레이(170만개)보다 75만개 많았다고 보도했다. 작년 12월엔 LG디스플레이가 210만개를 납품해 삼성전자(165만개)를 앞질렀다. 9.7인치 패널은 아이패드2와 16일부터 판매되는 뉴 아이패드에 쓰인다.

블룸버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뉴 아이패드의 패널을 단독 공급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삼성과 LG, 샤프가 공동으로 LCD 패널을 공급키로 했다가 삼성만 애플의 품질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전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도 이미 뉴 아이패드용 LCD 패널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뉴 아이패드용 LCD 패널을 절반 이상 공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LG도 애플에 월 100만대 이상 뉴 아이패드용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뉴 아이패드용 초기 물량 공급에서 삼성이 승기를 잡은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에 휴대폰의 뇌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메모리반도체 등을 대량 납품해왔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애플과 거래액이 많지 않았다. 애플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휴대폰 전용 패널인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대신 고화질 LCD를 채택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LCD사업부에서 휴대폰용 고화질 LCD를 생산해 애플 아이패드2용으로 납품했다. 그래도 전체 공급 규모에서 LCD가 주력인 LG디스플레이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삼성전자가 애플 모바일 기기의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까지 책임지게 됨에 따라 올해 양사의 거래액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2010년 삼성전자는 애플에 6조1600억원어치의 부품을 납품했다. 전체 매출의 4% 규모다.

양사의 거래액은 더 증가해 지난해엔 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도 6%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패널 공급량을 늘린 덕분에 올해 애플 납품액이 16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 아이패드와 하반기에 나올 애플의 신형 아이폰 판매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틀의 납품 계약을 마쳐 애플과의 거래 규모가 작년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허 소송 중에도 애플 납품액이 늘어남에 따라 삼성 내부에서는 세트(DMC) 사업과 부품(DS) 사업을 분리한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DMC 부문과 반도체를 생산하는 DS 부문으로 나눴다. 사업 수장도 따로 둬 DMC 부문은 최지성 부회장이, DS 부문은 권오현 부회장이 각각 총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다음달 LCD사업부를 분사하면 세트와 부품을 분리한 정책이 더욱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