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택한 김무성…"비례대표ㆍ타지역 출마 미련 없어"
“비례대표? 아이고 생각 없다. 그런 미련을 가지면 사람이 우습게 보인다.”

공천 탈락이 유력한 상황에서 백의종군을 선택한 김무성 의원(부산 남을·사진)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당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건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4월 총선은 그 전초전”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비례대표 공천설 및 지역구 이동설에 대해 김 의원은 “전혀 미련이 없다”고 못박았다. 원외로 활동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엔 “힘들겠지만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회복에 대해 “마음을 다 비우고 서운한 과거의 감정은 다 잊었다”며 “대선을 앞두고 서로 힘을 합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렸다. 그렇지만 지난 18대 총선 이후 세종시 처리 문제와 원내대표 출마 등을 놓고 박 위원장과 갈등을 겪었고 결국 친박계를 떠났다.

대선 전망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나라 해군을 해적이라고 하는 이들, 자신들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이 집권을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국민들도 안다”며 “우파연대만 이뤄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세력을 규합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의원은 거취를 결정한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 직전까지 탈당 후 무소속 출마와 신당 창당, 백의종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변명해도 탈당은 내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는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백의종군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탈당하면 지역구의 시의원과 구의원, 핵심 당원 등 수많은 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하는데 이들에게 그런 고생을 시킬 수가 없었다”며 “백의종군하겠다고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 것만 봐도 선택을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당 잔류 선언 이후 탈당 움직임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에 충성했는데, 공천을 못 받는 상황이 오면 탈당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아직도 동료 의원들이 전화를 걸어 울분을 토하지만 ‘화난다고 집에 불을 지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다독인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과정의 잘잘못을 떠나 게임에서 진 것은 진 것이니 수용해야 한다”며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지역구 후보를 최대한 도와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