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식 종목당 10% 보유한도(10% 룰)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당초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연기금에 한해 10% 룰을 풀어줄 방침이었으나 지난달 국회 통과가 무산돼 대안을 강구하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굴리는 350조원 가운데 18%인 63조원이 국내 주식에 투자돼 있다. 국민연금은 2016년까지 이 비중을 20%로 높일 방침인데, 10% 한도로는 추가적인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증시 최대의 큰손이다. 전체 상장사의 3분의 1인 591곳에 투자하고 있고 이중 174곳은 보유지분이 5%를 넘는다. 이미 지분을 9% 이상 보유한 상장사만도 40여곳에 이른다. 해마다 30조~40조원씩 늘어나는 기금 증가분의 30~40%를 주식에 투자한다. 연금 안전성을 위해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기에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재 국민연금 처지에선 10% 룰 완화가 절실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한도를 늘려준다고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주식투자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작년에는 국내 주식에서 10.3%의 손실을 봤다. 문제는 기금이 불어나는 족족 주식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데 있다. 2043년 2465조원(현재의 7배)으로 정점을 찍을 때까지 줄곧 주식을 사야 한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이미 3대 금융지주와 하이닉스 제일모직 KT 포스코 등의 최대주주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오너보다 지분율이 높다. 지금 추세라면 대다수 우량기업의 지배주주 자리를 꿰찰 날이 머지않았다.

국민연금은 증시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큰 ‘연못 속의 고래’다. 정부 입김이 강해 기금운용에 전문성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 국민연금이 과도한 기업 지배력까지 갖게 되면 정치가 기업을 손보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말란 법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그런 뉘앙스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10%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수준의 미봉책으로 예방될 일이 아니다. 국민연금이 손도 못쓸 정도로 커지기 전에 칠레처럼 연금을 여러개로 분할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고려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