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를 허위 표시한 혐의를 받았던 커피 제조·수입업체들이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피했다.

관세청은 국내로 수입되는 볶은(로스팅) 커피에 대한 원산지의 판정 기준을 원두 생산국에서 로스팅 가공국으로 변경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조치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커피빈코리아 동서식품 한국네슬레 CJ프레시웨이 등 11개 커피 업체들이 21억여원의 과징금을 내지 않게 됐다.

이들 회사는 케냐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저개발국에서 생산된 원두를 제품에 사용하면서 원산지를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으로 허위 표시해 1036억원어치를 판매했거나 판매하려던 혐의로 지난해 9월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적발됐다. 관세청은 업체 당 1억~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들 업체를 대리해 과징금 부과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로스팅 공정 전후의 성분 분석표 등을 제시했고, 커피를 볶으면 커피원두 성분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커피의 고유하고 깊은 맛이 형성된다는 점을 들어 로스팅은 실질적인 변형을 일으키는 공정이라고 관세청을 설득했다.

국립농수산물 품질관리원이 볶은 커피는 복잡한 제조공정이 이뤄진 곳(로스팅한 곳)을 원산지로 판단해왔다는 점도 제시했다. 관세청은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과 혐의한 결과 최근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무법인 세종에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사건을 맡았던 김범수 변호사와 지난해 ‘TFT-LCD 국제카르텔 사건’을 담당했던 석근배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출입 물품의 원산지 판정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어서 로펌들도 전문인력을 늘리는 등 관련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