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타격받은 중소IT 업체들…로봇·전자책·앱 등 신규사업으로 돌파구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국내 중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속속 시작하고 있다. 미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MP3플레이어와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에 주력하던 아이리버는 지난해 교육용 로봇, 스마트폰용 액세서리를 내놓은 데 이어 사운드바와 저가형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다.

아이리버와 함께 한때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호령했던 코원도 PMP 내비게이션 등 기존 주력 제품 외에 스마트폰용 액세서리 사업과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사업에 진출했다. 모바일 솔루션 개발 업체인 인프라웨어도 전자책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PMP업체에서 태블릿PC업체로 전업을 선언했던 아이스테이션은 유통업을 새 사업으로 추가했다.

◆기존 주력 사업 교체

지난 1월 말 아이리버의 보급형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K’는 한 달 만에 1만5000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한때 물량이 매진돼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이리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그동안 휴대폰 액세서리, 교육용 로봇, 사운드바, 미국 시장용 전자책 단말기 등 다양한 아이템을 내놓았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토리K가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정석원 아이리버 전략기획팀 부장은 “향후 터치로 사용하는 전자책 단말기 등 다양한 후속 제품을 출시해 국내외 전자책 단말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원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1분기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앱 사업에 새로 뛰어들었다. 기존 MP3 등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인력도 앱 개발 업무에 투입했다.

성과도 어느 정도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일본어 학습 앱 ‘카라의 일본어 여행’은 일본 앱스토어 교육부문에서 유료 매출 톱10을 유지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10대 청소년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출시한 앱 ‘스쿨톡’도 가입자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매출은 아직 미약

피처폰 시절 모바일 기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폴라리스’를 개발했던 인프라웨어는 전자책과 모바일게임 포털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개발한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인 ‘폴라리스 오피스’가 삼성전자 LG전자 HTC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탑재돼 안정적인 수익을 얻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최근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인프라웨어 관계자는 “출판사와 제휴해 전자책을 만들어 직접 유통까지 할 계획”이라며 “2010년 인수한 조이모아를 통해 모바일게임포털 사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PMP업체에서 태블릿PC업체로 변신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아이스테이션은 유통회사로 탈바꿈했다. 개발 및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큰 제조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태블릿PC는 LG유플러스에 공급하고 있는 제품 외에는 추가로 개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해외 업체의 고품질 전자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들여와 아이스테이션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다. 신사업 매출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아이리버의 경우 지난해 전자책 단말기 판매액은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했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비해 사업 범위가 넓어져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