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트렌드] 스팩을 통한 성공적인 IPO방법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2009년 말 스팩 제도 도입 이후 상장한 19개 스팩 중 합병 성공은 6건에 불과하다. 우량 비상장 기업의 상장 통로로 활성화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이트레이드스팩(하이비젼시스템과 합병)과 같은 성공 사례가 자꾸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스팩 합병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기업들의 태도가 우선이다. 스팩을 단순한 우회상장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주로 직상장이 어려운 기업이 상장기업과 합병, 주식교환 등 편법적 방법으로 우회상장했다. 스팩도 우회상장의 개념이니 문턱이 낮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반 기업공개(IPO)와 스팩 합병 심사는 전혀 다를 게 없다. 다만 준비 기간이 짧고 증시 상황에 관계 없이 확정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만 다르다.

스팩과 합병 대상 기업 간 덩치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회사 수준에 비해 너무 큰 스팩과의 합병을 꾀한다면 과도한 신주 발행으로 최대주주 지분 희석도 커진다. 이로 인해 합병 과정에서 비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또 자금 활용의 효율성이 떨어져 기업가치 상승이 투자자의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스팩 규모가 평균 200억원 안팎이므로 기업가치나 자금 수요가 이에 못 미치는 회사는 일반 IPO를 권한다.

스팩이 주주 보호를 위한 선관주의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하기 바란다. 합병에 따른 과실에만 연연하다 스팩 주주의 이익과 보호에 소홀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스팩 주주는 해당 증권사를 믿고 상당 기간 기다려준 투자자다. 따라서 합병비율 산정시 스팩 주주들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았음에도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승인받지 못한 스팩은 주주가 무위험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합병 대상 입장에서는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중소벤처기업은 업력이 짧고 조직 인원이 많지 않으며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경영 투명성 제고 필요성에 많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견제받지 않는 경영자에 의한 횡령배임 등 도덕적 해이가 코스닥 상장 기업 퇴출의 가장 주요한 원인인 점을 감안할 때, 상장 이전 단계부터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학습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종남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총괄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