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에 나온 영화 ‘스타워즈’는 은하제국 군에 쫓기던 공주가 자신을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3차원 홀로그램 영상으로 저장해 로봇에 전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훗날 이 로봇을 구입한 루크는 살아있는 공주가 눈앞에 튀어나와 직접 구조를 청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본격적 스토리가 전개된다.

지난 8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표한 ‘10대 미래 유망기술’ 중 하나로 꼽힌 ‘디지털 홀로그래피’가 바로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우리 생활에 적용되면 장거리에 있는 애인과 바로 앞에서 대화를 하는 듯한 경험도 가능하다. 디지털 홀로그래피란 어떤 기술일까.

홀로그래피(holography)란 그리스어로 ‘완전하다’를 뜻하는 ‘holo’와 ‘그림’을 뜻하는 ‘graphy’의 합성어로, ‘완전한 그림을 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의 3차원(3D) 영상은 사물의 일부분만 입체로 보이고 어느 방향에서 봐도 영상이 똑같지만, 홀로그래피는 360도 어느 각도에서도 완전한 입체 형태로 보이고 각도에 따라 보이는 면도 달라진다. 안경이나 특수 스크린도 필요 없어 차세대 3D 기술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 영상은 어떻게 만들까. 레이저 광선을 두 갈래로 나눠 하나는 직접 스크린을 비추고 다른 한 갈래는 보려는 물체(피사체)에 비춘다. 여기서 스크린을 비추는 빛은 기준광(reference beam·참조광)이라 하고, 물체를 비추는 빛은 물체광(object beam)이라고 한다. 물체광은 물체의 각 표면에서 반사돼 나오는 빛이기 때문에 표면에 따라 위상차(물체 표면~스크린까지의 거리)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때 기준광이 물체광과 만나 간섭을 일으키며 무늬를 만드는데, 여기에 물체의 형태와 깊이 위치 명암 등의 정보가 모두 기록된다. 마치 해저에 초음파를 쏜 후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를 보고 바다의 깊이와 해저 지형 등을 알아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 무늬를 기록한 필름을 ‘홀로그램’이라고 부르고, 여기에 빛을 다시 투영하면 사물이 입체 영상으로 재현된다. 최근 삼성, 스와로브스키 등이 제품 론칭쇼에 신제품 입체영상을 공중에 띄운 것도 같은 원리다.

하지만 아직 실생활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디지털 홀로그래피를 구현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 고가의 대형 광학설비가 필요한 데다 기존 영상매체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양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실현된다면 KISTEP의 예측대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소녀시대가 나타나 새로 나온 음료를 권하거나, 갖고 싶던 명품백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면 당장 사고 싶지 않겠는가.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