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 매력' 사라졌지만 임금만큼 생산성 높아져
숙련된 협력사·거대 시장…유연한 노동시장도 강점
중국이 노동비용 상승 등 생산기지로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망했다.
◆값싼 노동력만 있는 게 아니다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중국 근로자 임금이 매년 30%씩 오르면 2015년 중국과 미국의 생산비용이 비슷해질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이 더 이상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중국 노동력은 비싸졌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다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PPC 사례에서 보듯 탄탄한 서플라이체인(부품 공급망)을 갖고 있다는 게 중국의 강점이다. 오랜 기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다져진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베트남 태국 등에 비해 월등하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퍼시픽리소시스인터내셔널 관계자는 “10~20년간 중국만큼 뛰어난 전자부품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갖춘 국가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거대하고 성장성 높은 내수시장을 중국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비시장을 옆에 두고 있기 때문에 현지 생산, 현지 판매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씀씀이가 큰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매력 요인이다.
이와 함께 임금이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의 생산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엄청난 인구를 기반으로 한 풍부한 노동력과 유연한 노동시장도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밤 12시에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8000명의 근로자들을 깨워 아이폰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존 라이스 제너럴일렉트릭(GE) 부회장은 중국 근로자들에 대해 “(이제는) 비용보다 경쟁력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쟁력 높은 인재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내륙보다 해안
중국의 제조업 기지는 현재 해안에 집중돼 있다. 임금이 크게 오르는 곳도 이 지역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제조기지로 임금이 비싼 해안보다 내륙지역이 더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임금만 고려하면 내륙이 유리하지만 기업들이 단지 노동비용 때문에 공장을 내륙으로 옮기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내륙지역의 핵심 인력은 해안지방과 마찬가지로 임금이 싸지 않다. 내륙에서 생활하는 비용을 대줘야 하기 때문에 더 비쌀 수도 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따르면 내륙과 해안의 엔지니어 임금 격차는 10% 미만이다. 일부 고위직 또는 기술 담당 임원들은 도시화가 덜 된 내륙지역 근무에 대해 추가 임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류비도 문제다. 수출할 경우 제품 물류비는 내륙이 더 비싸다. 내륙에서 항구까지 운송하는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인들 때문에 애플 등은 여전히 해안지역을 생산기지로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중국 해안지역이 ‘세계의 공장’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