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돈을 풀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떠맡았던 재정위기 ‘소방수’ 역할에서 벗어나 물가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로 복귀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8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연 1.0%로 동결키로 결정한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1조유로 규모 저리대출(LTRO)은 성공적인 정책이었다”며 “공(재정위기 해결 조치)은 이제 각국 정부와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LTRO 등 비전통적인 조치들은 지난해의 예외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CB가 3차 대출이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는 거론하지도 않았다”며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올해 ECB 목표치인 2%를 넘어선 2.4%로 예상된다”고 말해 ECB 정책의 초점이 물가 관리에 맞춰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ECB의 유동성 확장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그는 “분데스방크의 걱정은 ECB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고 ECB 밖에서 공개적으로 싸우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드라기 총재의 일련의 발언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ECB가 ‘할 만큼 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출구전략으로 선회할 명분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