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국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이 합동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시장에 팽배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중국주(株)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이때, 설비투자비용(capex)을 조달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IR에 적극 참여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완리, 중국식품포장, 중국엔진집단, 차이나킹 등 모두 6곳은 7일과 8일 이틀 동안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IR을 연 뒤 지난해 영업실적 현황은 물론 향후 투자계획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더욱이 이들은 요즘 증시에서 투자 유망주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올해에도 중국은 8%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며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실적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도 20개월 만에 최저치(3.2%)를 기록해 중국내 소비는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예고됐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합동 IR 자리에서 필수 성장요소인 설비투자를 중요한 이슈로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문성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이번 합동 IR에서 받은 인상은 '성장에 목말라 있다'는 모습이 가장 컸다"라며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앞서 설비투자는 모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으로 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유증 이슈 등이 불거질 수도 있으며, 이는 또 다시 주가 할인 요인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국내 투자자들은 신주발행으로 인해 주가희석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줄이려고 국내 사무소 설치, 지속적인 IR 개최, 글로벌 회계법인 선임 등에 이르는 다양한 고육책을 내놓고 있는 중"이라며 "특히 지난해 투하자본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령 자금조달 이슈가 등장해도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가 제고될 여지가 있다"라고 강 애널리스트는 판단했다.

실제 완리는 지난해 약 911억원(공모자금 60%, 자체자금 40%)을 설비투자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기대매출과 기대수익(80% 가동률 적용)은 각각 1400억원과 283억원으로 집계됐다. 완리는 올해 투자금액으로 1200억원을 책정해놨으며, 차입 등 다양한 조달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