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헝가리가 사법부와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독립성을 해치는 법규를 시정하는 조치를 한달 내에 취하지 않을 경우 제재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집행위는 헝가리의 관련 법규들이 사법부 등의 독립성을 보장토록 한 EU 조약과 규정들에 위배된다며 이를 빨리 해결하지 않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ECJ) 제소 등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간의 요구 사항들이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며 “분명하게 해명,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시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피데스당은 2010년 총선에서 헌법 개정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다. 헝가리 정부 여당은 지난해 중앙은행 고위직 인사에 정부가 더 많은 영향력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중앙은행법을 개정했다. 또 판검사 정년을 70세에서 62세로 강제 하향 조정하는 법을 제정, 판검사 274명이 연내에 퇴직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관련법도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쪽으로 개정했다.

이에 대해 헝가리의 관련 기관과 야당, 유럽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중앙은행과 사법부 등의 독립성을 해치고, EU 조약에도 위배되며 오르반 총리 정부가 나라를 옛 소련 치하 권위주의 체제로 되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헝가리 정부에 경고했으나 오르반 총리 정부는 중앙은행 관련법에 대해서만 개선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U의 압력이 계속되자 오르반 총리는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EU 집행위가 부당하게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며 반격하고 나섰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4일 독일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과의 회견에서 “나는 (유권자에 의해) 선출됐다. 헝가리 정부와 유럽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누가 선출한 것인가. 집행위의 민주적 정통성은 어디에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 정부가 EU에 끝까지 각을 세우며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집행위는 보고 있다. 헝가리는 EU와 ECB,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이들 기관은 문제의 법규를 확실하게 고치기 전까진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또 헝가리가 EU의 재정적자 기준치를 지속적으로 위반함에 따라 헝가리에 배정된 개발자금의 회수를 추진 중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