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가 재차 국내외 증시를 흔들고 있다.

오는 8일(현지시간) 그리스 국채 교환 협상 마감을 앞두고 민간채권단을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작성한 내부 기밀 문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7일 코스피지수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IIF는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면 유로존은 1조유로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리스 이슈는 일시적인 조정 요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전날 국제 금융 시장의 움직임이 크지 않아 증권시장에서는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됐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재정 문제는 민간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규모 등 명확하게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결과를 점치기 힘들다"면서도 "현재 금융시장 반응을 볼 때 일시적인 이벤트로 그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유럽 문제가 재부각 된 것 치고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가 1.57% 하락하는데 그쳤고 그리스 국채금리,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 등 구제금융에 부정적이던 국가들이 이미 동의해 국채 교환 협상만 마무리되면 그리스는 순탄하게 2차 구제금융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매크로 총괄 팀장도 그리스의 재정 위기 수준을 파악할 때 주로 참고하는 금융 지표들이 전날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밤 그리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34.72%포인트에서 34.77%포인트로 소폭 증가했다. 유리보(유로존 은행간 금리)-OIS(초단기 대출금리) 스프레드는 오히려 58.6베이시스포인트(bp)에서 57.6bp로 내려갔다.

결국 이날 증시 하락은 최근 추가 상승을 위한 호재가 발견되지 않는 가운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다우지수는 1만3000선, 코스피지수는 2000선 돌파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섯불리 차익실현에 나서지 못하다가 조정 빌미가 나오자 투자자들이 '팔자'를 외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을 보더라도 어느 한쪽이 크게 팔거나 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며 "다음날 올해 첫 선물·옵션만기일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쉽게 저가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미국 1월 실업률이 8.3%까지 떨어졌고 주택 관련 지표도 호전되고 있어 증시 펀더멘털은 탄탄하다"라며 "미국의 주택 가격 지표까지 반등하면 증시는 추가 상승의 힘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팀장도 "그리스 문제는 일시적인 조정 요인으로 보인다"라며 "2차 구제금융 지원 금액은 올해 그리스의 만기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국채 협상이 마무리되면 유럽 재정이슈는 잠시 소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오는 7월에 출범할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유럽 재정 위기를 해소시킬 수 있는 규모로 꾸려지는 지, 그리스가 재정 긴축 등 구제 금융 지원을 위해 약속했던 조건들을 감당할 수 있는 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럽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