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펌의 한국 법률시장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법무부가 사무소 개설에 필요한 서류접수를 시작한 첫날인 6일 미국 로펌 7곳이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법무부 측은 조만간 4~5개 로펌이 더 신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본심사 등 법무부 인가절차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을 거쳐 이르면 6월께 서울에 사무소를 열고 미국 법률을 자문하는 미국 로펌이 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독일 법률시장을 초토화시킬 정도로 공격적인 영국 로펌의 경우 한국시장 진출이 늦어지고 있어 대조적이다.

○미국 로펌들, 7곳 앞다퉈 신청

이날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미국 로펌은 폴헤이스팅스, 롭스앤그레이, 셰퍼드멀린, 클리어리고틀립, 코헨앤그레서, 스콰이어샌더스,파크앤어소시에이트 등 7곳. 작년 매출이 3억6800만달러(미국 내 순위 95위)~10억5000만달러(21위)에 달하는 초대형 로펌들이다.

법무부는 오전 10시께 신청서를 제출한 폴헤이스팅스가 예비심사 접수 1호 로펌이라고 발표했다. 이 로펌 서울사무소 대표를 맡을 김종한 변호사는 “서울사무소를 열자마자 변호사 10명이 들어올 것”이라고 의욕을 과시했다.

대부분 한국말에 능통한 한국계 미국 변호사들로 7~8명은 홍콩에서, 나머지 2~3명은 미국 본사에서 넘어올 예정. 김 변호사는 “지금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조원대 영업비밀침해소송을 비롯해 대한항공 및 LG디스플레이의 담합소송, 호남석유화학의 영업비밀침해소송 등에서 한국 기업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 중이며 고객 측 경영진과 수시로 접촉하려면 서울에 사무소를 낼 수밖에 없다”고 한국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 로펌 외에도 제프리 스톤 회장이 지난달 직접 방한해 한국 진출 의사를 밝힌 맥더못윌앤드에머리를 비롯해 베이커앤드메켄지, 심슨대처앤드바틀릿 등도 조만간 사무소 개설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로펌들은 주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영국 등 유럽 로펌은 작년 7월부터 한국 진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클리포드 찬스가 유일하다.

링클레이터스, DLA파이퍼, 앨런앤드오버리 등도 올해 한국 진출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아직 필요한 법적절차는 밟고 있지 않다. 사무소 개설 요건을 충족시킬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서다.

영국 로펌들의 가장 큰 장애물은 한국 사무소 대표 자격요건. 영국 로펌이 서울에서 사무소를 내려면 대표는 영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영국 본토에서 3년 등 총 7년 이상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자격요건을 갖춘 한국인이 드물다는 것. 클리포드 찬스도 한국에 올 대표는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링클레이터스 홍콩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안형중 변호사는 “한국에서 비즈니스가 가능하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국제로펌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영국 변호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뽑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대기업 등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은 외국 로펌이 와주기를 원하는데 (사무소 개설 규정을 보면)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