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특허괴물들의 공세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특허조사회사 페이턴트프리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제조업 소매업 등의 소송 비중이 52%로 높아졌다. 특허 소송도 지난해 4500건을 넘어 전년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지식경제의 당연한 현상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소송이 남발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직원 수가 몇 명 안 되는 조그만 회사가 한두 개 특허로 공격해도 수십만명을 고용한 제조업체가 졸지에 판매금지 위협에 시달리는 처지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하이테크 기업 중에는 삼성 애플 등이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다. 하이테크라고 하지만 이들도 제조업으로 분류될 수 있어 사실상 제조업체들이 주요 표적이다. 특히 삼성에 대한 공격은 2007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더니 누적으로 이미 100건을 넘어섰다. LG도 85건에 이른다. 그동안 특허 중시 전략으로 대응해 왔던 삼성 LG가 이 정도면 다른 대기업, 중소기업의 우려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특허 공세의 진원지나 다름없는 미국에서도 유사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랙베리로 잘 알려진 림(RIM)이라는 제조업체는 이름도 없는 특허괴물 한 방에 당한 케이스다. 보상액만 무려 6억달러가 넘었다. 법원으로부터 판매금지 명령이 내려지면 그 순간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제조업체의 불리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급기야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높다는 미국 법원에서조차 새로운 판례가 나오고 있다. 해당 특허를 사용해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 특허권자가 회복 불능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고, 소송을 당한 제조업체에 판매금지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특허괴물의 특허권 남용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판례는 판례일 뿐 이것으로 제조업체들의 공포가 불식된 것은 아니다. 지금 상호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애플도 이 점에서는 똑같은 처지다. 어디까지나 기술진보와 산업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발명의 대가로 일정 기간 독점을 허용한 것이 특허제도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특허권 남용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측면이 있다. 보완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