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1년에 수십개…다이슨은 3년 매달려 1개 내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입 청소기 '전자 강국' 한국서 소리없는 돌풍
디자인·소음 개선 대신 '먼지 흡입' 정공법 승부
해외 메이커 15곳 상륙, 시장 점유율 20%대 약진…다이슨, 올 신제품 4개 출시
디자인·소음 개선 대신 '먼지 흡입' 정공법 승부
해외 메이커 15곳 상륙, 시장 점유율 20%대 약진…다이슨, 올 신제품 4개 출시
“청소기 하나 개발하는 데 3년 이상 걸립니다.”
영국 청소기 전문업체 다이슨의 제품개발을 총괄하는 아담 위스니 수석 엔지니어는 6일 “청소기는 자동차처럼 정밀한 기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이슨 신제품 발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위스니 엔지니어는 “70여명의 전문 연구 인력이 3년 넘게 매달려 청소기 하나를 탄생시킨다”며 “한두 달 만에 신제품을 개발해 매년 수십개의 청소기를 내놓는 삼성 LG와는 철학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은 디자인과 소음 개선에 치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먼지 흡입력이라는 청소기 본연의 성능으로만 승부한다”고 강조했다.
정공법이 통했는지 다이슨은 한국에 진출한 2008년 이후 매년 100%가 넘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청소기로는 처음으로 천식알레르기협회 인증을 받은 뒤 매달 25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외 업체는 이뿐만 아니다. 대형마트 청소기 코너엔 네덜란드 필립스와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제품이 진열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청소기 매장은 수입산 전문점에 가깝다. 독일 밀레와 다이슨 제품이 청소기 매출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김범수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과장은 “수입산 덕분에 청소기 매출 증가세가 다른 가전 제품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르다”고 말했다.
해외 청소기 업체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국내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한 자릿수였던 이들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20%가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TV 냉장고 등에서 통용되는 ‘한국은 해외 가전 업체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청소기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외국 업체도 늘고 있다. 2009년 덴마크 닐피스크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 1월엔 독일 로벤타가 국내에 처음 청소기를 내놨다. 2007년 헤어드라이어와 스타일링기로 국내에 진출한 뒤 5년 만에 청소기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청소기를 판매하는 해외 업체는 15개로 늘었다.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다. 유럽 업체들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다이슨은 올해 국내에 신제품 4개를 내놓는다. 필립스와 밀레도 다음달 신제품 2종을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매년 1개 제품만 출시하던 이 업체들이 공세적으로 나선 것은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수입 청소기가 잘나가는 데는 삼성과 LG의 ‘공’이 크다는 게 해외 업체들의 시각이다. 삼성과 LG가 로봇 청소기 시장 확대에 힘쏟고 있어 상대적으로 일반 청소기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과 LG는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20만원대 일반 청소기보다는 50만원이 넘는 로봇 청소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해외 업체들은 로봇 청소기는 보조품이며 일반 청소기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업체들의 장기 애프터서비스(AS) 전략도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1년간 무상 AS를 하지만 필립스와 밀레는 2년 무상 AS를 해주고 있다. 닐피스크는 일부 부품에 한해 5년 동안 무료 AS를 해준다.
청소기 시장이 분화되고 있는 것도 수입 제품 전성시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 청소기 외에 스팀 청소기, 침구 청소기, 무선 청소기, 로봇 청소기 등으로 종류가 늘어나 집집마다 청소기를 2~3개씩 보유하면서 외국산 청소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영국 청소기 전문업체 다이슨의 제품개발을 총괄하는 아담 위스니 수석 엔지니어는 6일 “청소기는 자동차처럼 정밀한 기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이슨 신제품 발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위스니 엔지니어는 “70여명의 전문 연구 인력이 3년 넘게 매달려 청소기 하나를 탄생시킨다”며 “한두 달 만에 신제품을 개발해 매년 수십개의 청소기를 내놓는 삼성 LG와는 철학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은 디자인과 소음 개선에 치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먼지 흡입력이라는 청소기 본연의 성능으로만 승부한다”고 강조했다.
정공법이 통했는지 다이슨은 한국에 진출한 2008년 이후 매년 100%가 넘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청소기로는 처음으로 천식알레르기협회 인증을 받은 뒤 매달 25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외 업체는 이뿐만 아니다. 대형마트 청소기 코너엔 네덜란드 필립스와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제품이 진열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청소기 매장은 수입산 전문점에 가깝다. 독일 밀레와 다이슨 제품이 청소기 매출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김범수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과장은 “수입산 덕분에 청소기 매출 증가세가 다른 가전 제품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르다”고 말했다.
해외 청소기 업체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국내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한 자릿수였던 이들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20%가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TV 냉장고 등에서 통용되는 ‘한국은 해외 가전 업체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청소기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외국 업체도 늘고 있다. 2009년 덴마크 닐피스크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 1월엔 독일 로벤타가 국내에 처음 청소기를 내놨다. 2007년 헤어드라이어와 스타일링기로 국내에 진출한 뒤 5년 만에 청소기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청소기를 판매하는 해외 업체는 15개로 늘었다.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일본 등 국적도 다양하다. 유럽 업체들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다이슨은 올해 국내에 신제품 4개를 내놓는다. 필립스와 밀레도 다음달 신제품 2종을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매년 1개 제품만 출시하던 이 업체들이 공세적으로 나선 것은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수입 청소기가 잘나가는 데는 삼성과 LG의 ‘공’이 크다는 게 해외 업체들의 시각이다. 삼성과 LG가 로봇 청소기 시장 확대에 힘쏟고 있어 상대적으로 일반 청소기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과 LG는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20만원대 일반 청소기보다는 50만원이 넘는 로봇 청소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해외 업체들은 로봇 청소기는 보조품이며 일반 청소기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업체들의 장기 애프터서비스(AS) 전략도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1년간 무상 AS를 하지만 필립스와 밀레는 2년 무상 AS를 해주고 있다. 닐피스크는 일부 부품에 한해 5년 동안 무료 AS를 해준다.
청소기 시장이 분화되고 있는 것도 수입 제품 전성시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 청소기 외에 스팀 청소기, 침구 청소기, 무선 청소기, 로봇 청소기 등으로 종류가 늘어나 집집마다 청소기를 2~3개씩 보유하면서 외국산 청소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