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범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600여명이 표창을 받았다. 땀흘려 번 소득으로 성실하게 세금을 낸 개인과 기업들이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특히 올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그렇지 않아도 납세자가 너무 적어 문제가 되는 터에 부자증세니, 재벌세니 하며 세금인상에 핏대를 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어차피 자신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식이다.

세금만큼 양극화가 심각한 분야도 없다. 면세자가 많아져 대부분의 세금을 극소수 국민이 부담하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화돼버렸다. 2011년 국세통계연보(2010년분 소득세)에 따르면 과세대상 근로소득자 1517만명 가운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은 무려 593만명으로 40%나 된다. 소득공제 등 비과세·감면 혜택이 많아 면세자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층(24%)을 훨씬 웃돈다. 반면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상위 12%가 전체 세금의 85%를 떠맡았다. 자영업자까지 합치면 세금 편중현상이 더 심해 상위 10%가 90%의 세금을 책임지고 있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상위 1.2%의 기업들이 법인세의 82.8%를 부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해 말 소득과표 3억원 초과자 3만명에 대해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높였다. 이것도 모자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들은 최고구간 과표를 이보다 더 낮추고 세율도 40%까지 올리겠다고 벼른다. 기업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0조6000억원에 달했던 비과세 감면을 줄여 세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세금을 징벌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세금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정치건달들이 정치권을 점령하고 있다. 나머지도 국가로부터 녹을 받고 어려움을 모르고 살던 판사,검사 출신들이다. 국민 세금이 얼마나 귀중한지 이들이 알 리가 없다. 증세 때문에 부자들이 속속 다른 나라로 떠나는 프랑스나, 세율이 너무 높아 탈세가 만연한 이탈리아가 이상하게만 보일 것이다.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일수록 열심히 정치권으로 달려간다. 공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