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선수가 펀치 날리듯 빠르고 정확한 샷 구사
샷 후에도 손 움직임 없어
마법처럼 화려한 예술당구의 비밀은 눈에 보이지 않는 회전력과 스피드에 있었다. 예술당구의 묘미를 알아보기 위해 2일 한국 예술당구 챔피언이 운영하는 서울 등촌동의 VIP당구클럽을 찾았다.
1일 강사로 나선 김종석 명지대 스포츠당구학과 교수는 1998·1999·2000·2005·2007년 예술당구 부문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 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야인시대’ 등 드라마에도 여러 번 출연했다.
모든 스포츠에서 기본기가 중요하듯 당구도 기본자세가 출발선이다.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허리를 숙여 얼굴이 큐 위에 오도록 맞춘다. 왼팔은 쭉 펴고 오른손으론 옆구리 부근에서 큐를 잡되 너무 꽉 잡아선 안 된다. 김 교수는 “스트로크를 할 땐 꼬집어 때리듯 일직선으로 밀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가 예술구 시범을 보였다. 흰 공의 왼쪽 상단을 밀어치자 당구대 오른쪽 모서리의 노란 공을 때리더니 윗쪽 쿠션으로 돌진한다. ‘툭 툭 툭 툭 툭…….’ 마술에 걸린 듯 연속으로 7회 이상 두드리더니 빨간 공에 맞았다.
김 교수는 “예술구는 권투선수가 펀치를 날리듯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스트로크해야 하는데 흰 공을 때릴 때 끝까지 움직이지 않고 회전을 최대로 강하게 주는 것이 비결”이라며 “결국 회전력과 스피드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구는 3쿠션 포켓볼 스누커 등과 더불어 당구 세계대회의 한 종목이며 지난해 국내에서도 전국대회 정식종목이 됐다. 대회에 출전하면 난이도별로 다양한 기출문제를 풀어나가게 된다. 리그전을 통해 32강을 가른 뒤 1 대 1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하면 100개 정도 문제를 푼다.
40여년간 큐를 잡은 김 교수는 “1.45m 길이의 큐로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되는 당구를 학교 체육으로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당구는 국민스포츠라고 할 만하다. 전국당구연합회는 당구 동호인을 1300만~15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3년 전엔 당구의 부흥기를 맞아 전국에 3만여개의 당구장이 있었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 최근엔 동호인이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서 1만5000여개 정도 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올 12월부터는 당구장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는데 이는 당구를 스포츠로 즐기며 가족 단위로 당구장을 찾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여성 동호인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