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의 식당가에서 허모군(7)의 얼굴에 뜨거운 된장국을 쏟고 별다른 조치없이 사라져 ‘된장국물녀’로 비난받은 이모씨(52·여)가 지난 28일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국물을 그릇에 담아서 돌아서는 순간 뒤쪽에서 달려오던 허군이 오른쪽 팔꿈치를 쳐 그릇을 놓쳤다”며 “아이가 다쳤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달려가 버려서 오히려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했었다”고 진술했다.

허군의 어머니는 사고가 난 뒤 인터넷에 아들의 화상 사진을 게시했다. 또 국물을 쏟아 화상을 입히고 사라진 가해자를 찾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인터넷 상에서 빠르게 퍼졌고 네티즌들은 이씨를 ‘된장국물녀’ ‘화상테러범’이라고 부르며 ‘마녀사냥’에 나섰다. 허군의 아버지는 22일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며 신고,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씨는 “아이가 다친 건 정말 마음 아픈 일이고 빨리 낫기 바란다”며 “내 상처만 생각했고 전화번호를 남기지 않아 이런 결과를 가져왔겠지만 순식간에 ‘테러범’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울먹였다.

공개된 CCTV에 따르면 허군이 빠르게 뛰어오다 국물을 받아 이씨와 부딪혔고, 뜨거운 국물을 뒤집어쓴 허군은 바로 어디론가 뛰어갔다. 이씨가 국물에 덴 자신의 손에 찬물을 뿌리는 등 응급조치를 하는 모습도 CCTV에 담겨있다.

경찰은 “CCTV와 이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며 “형사처벌보다는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를 하는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